[교육/고액과외 자금조사]툭하면 세무조사 '과세권 남용'

김대중대통령이 28일 고액과외 학부모에 대한 세무조사와 자금출처조사 방침을 밝히자 조세전문가 등 일각에서 “정부가 과세권을 탈세방지가 아닌 다른 정책 수단으로 오용하는 사례가 남발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강하게 일고 있다.

고액과외는 물론 지탄받아야 하지만 정부가 자칫 정책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세무조사와 자금출처조사 등을 ‘손쉽게 빼들 수 있는 도구’로 생각한다면 세무조사의 가장 큰 목적인 탈세방지의 효과는 크게 약화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조세전문가는 “정부는 고액과외를 하는 사람이면 부유층이고 세금탈루의 가능성이 있을 것이라는 전제를 깔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고액과외와 탈세방지는 직접 관련이 없다”며 “정책수단으로서 세무조사는 곤란하다”고 말했다.

경실련 조세분과위원회의 한 관계자도 “정부가 약방의 감초처럼 세무조사를 들고 나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실제로 지금까지 고액과외를 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세무조사를 실시해 세금을 추징한 사례는 거의 찾아볼 수 없다”고 말했다.

또 이 같은 경우 대부분 일단 엄포성의 세무조사 실시 방침만 밝히고 구체적인 대상선정 과정과 그 결과에 대해서는 공개하지 않기 때문에 납세자의 정부 조세정책에 대한 불신과 불안감만 증폭시킬 우려가 높다는 것.

또 이 같은 정부의 관행이 미국 등에서는 ‘걸리면 살아남을 수 없는 것’으로 되어 있는 세무조사를 우리나라에서는 정권과 타협할 수 있는 대상으로 인식하게 만들었다는 지적이다.

조세연구원 관계자는 “우리나라에서 세무조사를 통해 세금추징을 당한 사람을 ‘세금을 탈루한 자’로 보기보다는 ‘정권에 잘못 보인 사람’으로 보는 심리가 팽배해 있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세무조사를 투명하게 하지 않는 한 탈세방지의 목적을 달성하기보다는 오히려 부작용을 더 키울 수 있다”고 말했다.

<박현진기자>witnes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