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씨는 그날부터 직장일을 접어둔 채 지하철과 버스를 타고 서울 전역을 돌아다니며 직접 만든 전단을 뿌리고 있다. 부인(36)은 제보전화를 기다리느라 한시도 집을 비우지 못하고 ‘피가 마르는 나날’을 보내고 있다.
최씨는 “아무리 발버둥을 쳐도 누구 하나 관심을 가져 주지 않는 것 같아 암담하다”고 한탄했다.
이처럼 우리 사회에서는 아이를 한번 잃어버리면 찾기가 너무 힘들다. 미아를 효과적으로 찾을 수 있는 사회적 체계가 갖춰져 있지 않기 때문이다.
▼미아발생 현황▼
지난해 전국 경찰에 접수된 미아발생신고는 모두 3506건. 하루 평균 10명에 가까운 어린이가 부모를 잃고 있는 셈이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해 부모를 찾지 못해 전국의 아동복지시설(공식 인가시설)에 보호 조치된 미아는 216명. 이는 기아 사생아 부랑아 가출아동 등을 제외한 순수한 의미의 미아 숫자다. 공공기관이 아이를 보호하고 있는데도 자식을 애타게 찾고 있는 부모와 연결되지 못하는 ‘비극’이 한해에 200건 이상 발생한다는 계산이다.
그나마 이같은 수치는 실제 미아 발생 현황과는 상당히 동떨어진 것이다. 사설 복지시설 등에 넘겨지는 일이 많고 자녀를 잃어버리면 부모의 책임부터 묻는 주위의 시선을 의식해 실종신고 자체를 꺼리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또 정신지체 등 장애아동의 경우 길을 잃어도 대부분 단순 부랑아로 간주돼 부모를 찾아주는 과정을 거치지 않고 그대로 복지시설에 수용돼 미아 통계에 잡히지도 않는다.
미아는 특히 가족 나들이가 많은 봄철에 주로 발생한다. 지난해 서울경찰청에 접수된 미아발생신고 2987건 가운데 4월부터 6월 사이에 발생한 것이 1019건이나 됐다.
서울대공원 미아보호실 직원 홍난희씨는 “요즘 휴일마다 평균 30여건의 미아가 발생하고 있다”며 “지난해 어린이날에는 400명의 어린이가 부모의 손을 놓쳐 미아보호실이 밤늦게까지 붐볐다”고 말했다.
▼문제점▼
미아발생 건수에 비해 미아찾기 관련기관의 인력과 장비가 턱없이 부족하다. 특히 각 기관을 단일 네트워크로 연결하는 체계가 갖춰지지 않은 것이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현재 전국적으로 미아 발생신고를 접수하고 있는 곳은 경찰(신고전화 182)과 한국복지재단 산하 어린이찾아주기센터(02-777-0182)뿐이다.
그러나 경찰은 미아 외에 성인 실종자 및 차량도난 사건 등을 함께 처리하느라 일손이 턱없이 부족한 실정. 어린이찾아주기센터도 인터넷 홈페이지(www.missingchild.or.kr)를 구축하고 전국의 아동복지시설과 연계해 활동을 펴고 있지만 아동복지시설의 연락이 늦는 경우가 많아 별다른 실적을 올리지 못하고 있다.
전국 272개 아동복지 인가시설에 미아가 넘겨질 경우 ‘인적사항 및 특징을 기록한 아동카드를 미아찾아주기센터에 72시간 내에 보내야 한다’는 보건복지부의 아동복지사업지침이 있지만 강제조항이 아니어서 실효성이 떨어진다. 컴퓨터는 물론 이를 다룰 수 있는 인력이 아예 없는 시설도 상당수다.
결국 전국의 보호시설 어딘가에 잃어버린 아이가 있을 가능성이 높지만 보호시설을 연결하는 종합 시스템이 운영되지 않아 부모가 일일이 전국을 뒤지고 다닐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최인섭(崔仁燮)연구부장은 “미아를 찾기 힘든 우리 사회 현실이 ‘앵벌이’ 등 범죄를 낳는 단초가 되고 있다”면서 “미아를 찾는 사회적 체계가 잘 갖춰져 있으면 어린이 대상 범죄도 크게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대책▼
전문가들은 전국의 미아 현황을 총망라해 정리해 놓고 수시로 입력, 검색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전국 일선 동사무소에 비치돼 있는 디지털카메라를 활용하자는 방안도 제기되고 있다. 어린이찾아주기센터 김유성(金裕成)대리는 “전국 동사무소에 주민등록 사진을 입력하기 위해 비치돼 있는 디지털카메라를 활용해 미아와 가출아동 등의 사진을 즉시 촬영하고 단일 네트워크에 입력하면 어디서든 빠르고 쉽게 조회가 가능해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김경달기자>da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