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트로 25시]사설경비시스템 이용 급증

  • 입력 2000년 5월 1일 20시 03분


《서울을 중심으로 한 수도권의 중상층이 살고 있는 단독 주택가마다 ‘유료 무인 경비시스템’을 설치하는 집이 급속하게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 검거된 ‘탈주범’ 신창원, 최근 붙잡힌 ‘살인마’ 정두영 등의 강절도 행각이 널리 알려지면서 시민들이 “경찰만 믿고 있기에는 불안하다”며 비싼 돈을 들여 민간 방범업체의 도움을 요청하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다.

세콤 에스원 캡스 등 방범 관련 업체들에 따르면 현재 전국적으로 30여만 곳의 주택 사무실 등에 무인 경비시스템이 설치돼 있다. 이중 60% 가량이 서울과 수도권에 몰려 있다.

유료 경비시스템이 국내에 처음 도입된 것은 80년대 초반. 귀금속점 전당포 은행 등에 주로 설치되던 것이 90년대 들어 정부기관 국공립 학교 등 공공 기관으로 확대됐다.

그러다가 90년대 중반부터 서울 강남 등 부유층이 몰려 사는 단독 주택가와 대형 빌라촌에 무인 경비시스템을 설치하는 집이 차츰 늘어났다. 하지만 지난해까지만 해도 주로 수백평 규모의 저택이나 고급 빌라는 돼야 무인 경비시스템을 설치했으나 올해 들어 중산층의 수요가 크게 늘고 있는 추세라는 것이 업계의 설명이다.

에스원 관계자는 “올해 들어 한 달에 5000건 이상으로 신청이 급증했다”며 “강력 범죄가 잦아지고 경제적인 여유가 생기면서 개인 차원의 방범 대책에 관심을 갖는 중산층 시민이 늘어났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최근 건설업체들이 경쟁적으로 ‘안전한 아파트’를 내세우며 신축 아파트의 경우 단지 전체에 무인 경비시스템을 도입하는 곳도 늘고 있다.

일반 단독주택의 경우 한 달에 10만∼25만원, 40평형대 사무실은 13만∼15만원씩이나 부담해야 하는 이같은 무인경비 시스템은 과연 업체들의 광고 내용만큼 효과가 있는 것일까.

현재 방범 전문업체들은 가정에 적외선 감지기나 마그네틱 감지기를 설치해 유무선으로 전달되는 신호를 지역 관제 센터에서 받아 시군별로 배치돼 있는 보안 전문 요원들을 현장에 출동시키는 방식으로 운영한다. 각 지역 관제 센터에는 경찰과 핫라인이 설치돼 있다.

한 업체 관계자는 “우리 회사 소속 보안 전문 요원이 붙잡는 범인이 연평균 1500여명이나 된다”며 “그러나 신고를 받고 출동했지만 이미 털린 뒤이거나 도난을 실제로 당했는지가 명확하지 않아 고객과 분쟁이 발생하는 경우도 1년에 20여건씩 생긴다”고 털어놓았다.

한편 최근에는 민간 방범업체에 가입하는 대신 최첨단 정보통신기술을 이용한 ‘저렴한 개별 보안시스템’을 설치하는 가정도 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휴대전화를 이용해 외부인의 침입 여부를 파악하는 시스템.

LG텔레콤 한통프리텔 등이 개발한 이 시스템은 창문 등에 원격 모니터링이 가능한 감지장치를 설치해 놓고 이상 징후가 발생하면 집주인의 휴대전화에 문자 메시지를 보내는 동시에 가입자가 지정한 비상 연락처에 전화를 거는 방식을 사용하고 있다.

<이명건기자>gun4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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