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해경 소속 207경비정(함장 오상권·吳相權경감)을 타고 울산 남구 장생포동 장생포항을 떠난 지 3시간여 만인 3일 오전 9시35분경 장생포항 동쪽 8마일 해상. 고래탐사팀 앞에 길이 5m 정도의 밍크고래 한 마리가 모습을 드러내자 탐사팀은 일제히 소리를 질렀다.
이날 고래탐사는 울산시가 ‘고래관광선’을 띄우기에 앞서 사전조사 차원에서 실시한 것으로 고래전문가인 국립수산진흥원 연근해자원과 김장근(金場根·43)연구관, 포경선 포수 출신인 김해진(金海辰·73·울산 남구 장생포동)씨, 울산시 허언욱(許彦旭)문화체육국장 등 50여명이 동승했다.
장생포항 동쪽 8마일 해상에 밍크고래가 나타나자 경비정은 엔진을 끄고 20여분간 주위를 선회했으나 고래는 다시 나타나지 않았다.
오전 10시15분경 장생포항 동쪽 10마일 해상. 조금 전에 본 고래보다 몸길이가 1m정도 더 큰 밍크고래 두 마리가 사이좋게 물위로 떠올랐다 사라졌다.
김연구관은 “밍크고래는 한 두 마리만 따로 떨어져 다니지 않는다”며 “수면에 나타난 고래는 3마리에 불과하지만 수중에는 수십, 수백마리의 고래가 무리지어 다니는 것으로 추측된다”고 말했다.
실제로 국립수산진흥원은 지난해 6월18일부터 25일간 동해 고래자원 조사(육안관찰법)를 실시해 울산 앞바다에서만 밍크고래 26마리, 참돌고래 1500마리, 짧은부리 참돌고래 1000마리, 낫돌고래 17마리, 긴부리참돌고래 280마리를 확인했다.
포경선 포수 출신인 김씨는 “울산 앞바다는 옛날부터 포경선원들이 ‘울산어장’으로 불렀을 정도로 고래떼가 많이 몰려들었던 곳”이라며 “관광객들이 배를 타고 바다로 나가 직접 고래를 보는 고래관광사업이 가능할 것 같다”고 말했다.
▼고래는 얼마나 있나?▼
지난해 동해와 남해에서 두차례 고래자원을 조사한 국립수산진흥원은 30여종 11만마리가 서식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특히 동해에 많이 사는 고래 종류는 긴부리 참돌고래, 짧은부리 참돌고래, 밍크고래 등이다.
국제포경위원회(IWC)에 의해 상업 포경이 금지된 86년 이후 우리나라 연근해에 고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고래관광선 운항▼
울산시는 3일 고래탐사에서는 비록 고래떼를 발견하지 못했지만 전문가들과 함께 정밀조사를 실시해 고래떼를 볼 수 있는 항로를 잡아 8월 한달간 고래관광선을 시험 운항할 계획이다. 이 기간 중 고래관광사업이 경제성이 있다고 판단될 경우 내년에는 고래떼가 많이 몰려다니는 4월부터 9월까지 고래관광선을 정기 운항하기로 했다.
울산시는 이에 앞서 5월25일부터 28일까지 4일간 장생포항 일대에서 열리는 ‘제6회 고래축제’ 기간 중 울산해경 소속 500t급 경비정을 빌려 시민들을 대상으로 고래관광을 실시할 예정이다.
또 2002년 5월에 열리는 IWC총회를 울산에 유치하고 장생포항 인근에 포경선 등 고래잡이 도구와 고래 종류별 사진 등을 전시할 고래박물관도 건립할 계획이다.
▼장생포와 고래▼
1899년 러시아가 태평양 연안에서 잡은 고래를 해체하는 포경기지로 울산 장생포를 선정하면서 이곳이 우리나라 고래잡이의 전진기지가 됐다. 상업 포경이 금지된 86년 이전까지 장생포항에는 포경선 50여척이 국내 고래 소비량의 80% 이상을 충당했다.
당시 장생포항 일대에는 고래고기 식당이 30여곳에 이르렀으나 지금은 고기잡이 그물에 걸려 죽은 고래를 요리해 파는 식당 3곳만 남아 있으며 포경선은 모두 폐선 처분됐다.
<울산〓정재락기자>jrj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