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추적]軍부대 쓰레기투기…시민휴식처 오염

  • 입력 2000년 5월 7일 19시 59분


군부대의 ‘얌체 행위’로 서울시내 도심 한복판에 있는 시민 휴식처가 크게 오염되는 등 몸살을 앓고 있다.

서울 서대문구 은평구 종로구 등 서북지역 주민들의 등산 산책로로 애용되는 안산(서대문구 봉원동·해발 295.4m)이 이곳에 위치한 군부대 2곳의 마구잡이식 음식물 쓰레기 매립과 불법 도로 확장 등으로 회복 불가능할 정도로 훼손되고 있다.

▼쓰레기 매립▼

안산에서는 3, 4일 이틀동안 느닷없이 군장병과 구청 직원 수십명이 동원되는 대규모 매립 쓰레기 제거 작업이 벌어졌다.

이 쓰레기는 바로 이 산에 위치한 국군통신사령부 안산통신소 소속 부대원들이 음식 찌꺼기를 마구 내다 버린 뒤 눈가림으로 흙을 덮어놓았던 음식물 쓰레기였다.

수십개의 자루에 수거된 음식물쓰레기는 등산로와 불과 50여m 떨어진 곳에 쌓여 있었다. 취재진이 다가가자 코를 움켜쥐지 않고는 숨을 쉴 수 없을 정도로 심한 악취가 진동했다. 쓰레기를 파헤친 구덩이 주변에는 5월 초순에는 보기 힘든 파리떼 수만마리가 모여들었고 땅은 이미 쓰레기 침출수로 축축이 젖어 있었다.

이곳에 군장병들이 음식물 쓰레기를 함부로 버린다는 제보를 처음 접한 한나라당 서대문갑 이성헌(李性憲)위원장이 2일 이 사실을 군부대에 통보하며 항의하자 군부대측은 “종량제를 실시한 97년 이후에는 절대 쓰레기를 버리지 않았다”고 발뺌하면서도 “시민들을 위해 쓰레기를 제거하겠다”며 작업에 나섰다.

하지만 97년 이후 쓰레기를 버리지 않았다는 말은 곧 거짓이었음이 드러났다. 취재진이 수거한 쓰레기 자루를 뒤지자 제조 날짜가 98, 99년으로 돼 있는 수십장의 김 봉투가 나온 것. 완전히 썩지 않아 최근 버려진 것으로 짐작되는 고깃덩어리도 발견됐다.

이같은 사실에 군부대측은 “장병들이 잔반 수거 차량까지 가기 귀찮아 산에 버린 것 같다. 장병 하나하나를 모두 통제하기란 어려운 것 아니냐”며 말을 바꿨다.

▼산림 훼손▼

안산에 위치한 또 하나의 군부대인 수도방위사령부 예하 육군 1596부대는 98년7월 부대 막사 신축 공사를 하면서 불법으로 도로를 넓히고 산을 마구잡이로 깎았다. 서대문구청은 이 도로를 넓이 3m의 작전 도로로 허가했지만 군부대는 차량 통행을 원활하게 한다는 명목 아래 최대 6m까지 길을 넓혔다. 작업 도중 길 주변 나무가 수십그루 잘려 나가고 산 곳곳이 흉측스럽게 파헤쳐졌다. 일부 지역에서는 도로를 넓히면서 인접 산허리를 1m높이로 깎아 내 사실상 복구가 불가능한 곳도 많았다.

이 부대의 한 관계자는 “막사 신축 공사를 하면서 대형 공사 차량의 통행을 위해 길을 좀 넓게 만들었다”면서 “시공사에 항의했지만 회사가 부도나 복구를 못했다”고 변명했다. 군부대는 시민들의 반발이 심하자 “올 가을에 산을 복구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복구 비용은 물론 모두 국민 세금이다.

▼주민 반응▼

안산에는 모두 17곳의 약수터가 있고 하루 수백명의 시민들이 이곳에서 식수를 얻고 있다. 등산객들은 “군부대가 음식물 쓰레기를 마구 버렸다면 그 침출수가 약수터도 오염시켰을 것”이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등산객 이종호씨(40)는 “악취의 원인이 군부대라니 어처구니없다”며 “나라를 지키는 군인들이 몸 좀 편하겠다고 자손 대대로 물려줘야 할 산과 물을 망치느냐”고 말했다.

서울환경운동연합 김혜정(金惠貞)사무처장은 “안산은 도심속의 시민들이 자유롭게 접할 수 있는 자연 공간으로 모든 시민이 아끼고 보존해야 한다”며 “군부대가 이를 훼손한 것은 명백한 직무 유기로 당사자 처벌은 물론 철저한 교육을 통해 재발을 방지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완배기자>roryrer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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