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는 사형선고를 받았다가 무기징역으로 감형된 최씨가 이날 오전 9시 반경 천안개방교도소 문을 나서 가족의 품에 안기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최씨의 구명운동을 벌이다 의부자(義父子)의 인연을 맺은 뒤 꾸준히 편지왕래를 해온 구상 시인은 “내 아들이 석방된다는 소식을 전해듣고 너무 기뻤다”며 “박삼중 스님 등 아들의 석방 탄원에 힘써준 모든 분께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최씨는 어버이날이면 어김없이 “아버님, 올해도 꽃 한송이 가슴에 달아드리지 못하고 이렇게 마음만 전합니다”라는 글을 올렸고, 구 시인은 “죽기 전에 내 아들 가슴에 꽃을 달아주고 싶다”고 답하곤 했다.
구 시인과 최씨는 그동안 면회와 서신교환을 통해 돈독한 부자의 정을 쌓아왔으며 마음을 잡고 독실한 불교신자가 된 최씨는 전각과 서예 등을 익혀 교정작품전에서 여러차례 입상을 하기도 했다.
구 시인과 삼중스님 등은 그동안 최씨의 무죄를 주장하며 탄원운동을 벌여왔으며 국민의 정부 출범 이후에도 98년 김대중(金大中)대통령에게, 99년 당시 박상천(朴相千)법무부장관에게 석방탄원서를 보냈다.
최씨는 81년 2월 경기 의왕농협청계분소장 이모씨(당시 38세)를 살해한 혐의로 구속기소돼 82년 4월 대법원에서 사형이 확정됐다. 당시 공판과정에서 그는 “사건현장에 있지 않았다”고 주장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으며 88년 무기징역으로 감형됐다.
최씨의 부인 김경심씨는 “죽은 사람이 돌아온 것처럼 기쁘다”며 “석방되도록 도와주신 분들이 한없이 고맙다”고 말했다.
<부형권기자>bookum9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