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린다김 병원입원 속사정]폐쇄생활 힘들어 '피신'의도

  • 입력 2000년 5월 9일 19시 54분


‘린다 김이 병원으로 간 까닭은?’

백두사업 로비 의혹과 관련, 외부 접촉을 회피한 채 자택에서 은둔 중이던 린다 김(47)이 9일 오후 돌연 ‘병원행’을 택한 표면적인 이유는 평소 지병인 저혈압이 악화돼 치료를 받기 위한 것. 또 세간의 의혹을 한눈에 받으며 오랫동안 문밖 출입을 못한 채 집안에 갇혀 있었던 탓에 스트레스가 심해 정밀 진단이 필요하다는 것이 가족들의 얘기다.

그러나 이날 처음으로 외부에 모습을 드러낸 린다 김의 모습은 중병을 앓는 환자의 모습과는 차이가 있었다.

검은색 양장 차림에 검은색 선글라스를 낀 린다 김은 다소 수척한 모습이긴 했지만 이미 언론에 보도된대로 ‘화려한 로비스트’의 모습이었던 것. 결국 백두사업 로비 의혹으로 불거진 의혹들을 외면하고 자택에서 칩거하다가 취재진에 들켜 전전긍긍하던 차에 최근 이양호(李養鎬)전국방장관의 ‘부적절한 관계’ 고백 등으로 파문이 일파만파로 확산되자 취재진의 등쌀을 더이상 견디기 힘들었던 것이 속사정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며칠전 린다 김은 본보 취재진과의 전화 인터뷰를 통해 “하루가 30년처럼 길게 느껴진다. 더 이상 갇혀 있다간 미쳐 버릴 것 같다”며 ‘창살 없는 감옥’과 다름없는 은둔생활에 강한 불만을 털어놓았다.

린다 김은 또 자신의 변호사에게 “나를 둘러싼 각종 의혹에 대해 기자회견을 갖고 취재진들로부터 벗어나는 것이 어떻겠느냐”고 묻는 등 자문을 구하기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자신을 둘러싼 파문이 가라앉기를 기다리면서 시간을 벌어 보려는 시도에도 불구하고 이장관의 돌출 발언 등 갈수록 불리한 상황들이 잇따르자 감옥같은 좁은 집안에서의 ‘폐쇄 생활’을 더이상 견디기 힘들어 일단 병원으로 ‘피신’하는 편이 낫다는 판단을 했다는 것이다.

한편 이날 린다 김은 동생의 부축을 받으며 앰뷸런스를 타고 취재진의 추적을 따돌린 채 곧장 서울 강남구 논현동 안세병원으로 옮겨 하루 15만원짜리 808호 특실에 입원했다.

<윤상호기자>ysh100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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