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지검 북부지청 반부패특별수사반(부장검사 조영수·趙永秀)은 10일 한국부인회가 마련한 ‘소비자만족대상’을 받게 해주는 대가로 관련업체로부터 거액을 받은 97년 당시 이 단체의 소식지 편집국장 전승희씨(38·여·현 한국여성신문 발행인)와 돈을 건넨 A사 홍보이사 이모씨(44) 모광고대행사 대표 차모씨(53) 등 3명을 배임수재 및 배임증재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검찰은 또 이를 미끼로 금품을 주고받은 한국부인회 등 소비자단체 및 기업체 관계자 4명을 불구속기소하고 소비자만족대상의 선정위원이던 K대 김모 명예교수(66) 등 12명을 약식 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전씨는 97년7월부터 10월까지 A사 관계자로부터 모두 4억7500만원을 받고 한국부인회가 주최하는 ‘1997 소비자 축제행사’에서 이 회사의 치약을 소비자만족상 수상품으로 선정해주는 등 같은 명목으로 9개 기업 관계자들부터 95년부터 97년까지 모두 11억7100만원을 받은 혐의다.
검찰 조사결과 전씨에게 금품을 건넨 기업체 관계자들 중 상당수는 전씨가 경제부처 고위관료의 조카임을 알고 전씨에게 접근, 돈을 건넸으며 이 중에는 당시 공정거래위원회에 불공정행위로 제소된 기업도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또 소비자보호단체협의회 사무총장 유진희씨(42·여·구속)도 제품 불매운동을 중단하는 대가로 A사로부터 1억여원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와 함께 한국부인회의 전 총무부장 김정애씨(43·여·구속) 등 일부 간부들은 보건복지부와 재정경제부로부터 받은 국고보조금과 회원들로부터 모집한 수재의연금 등 4400만원을 횡령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한국부인회 노원지부장 차경자씨(48·여·구속)는 공공근로사업과 관련, 공공근로를 하지 않은 사람들도 마치 일을 한 것처럼 꾸며 1100만원 정도를 빼돌린 것으로 나타났다.
검찰관계자는 “이번 수사를 계기로 그동안 논란이 됐던 소비자단체의 소비자만족상 시상 행사의 공정성 문제와 소비자단체 간부와 기업 간의 유착관계가 사실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차지완기자>maruduk@donga.com
▼한국부인회는 어떤 단체인가
한국부인회(회장 박원임·朴元任)는 여성의 자립심을 고취시키고 잠재능력을 계발한다는 취지로 63년10월 서울에서 설립됐다.
이 단체의 설립목적은 여성차별이 심하던 당시 상황에서 기술화 정보화의 발전에 발맞춰 여성의 능력 계발, 정치 사회 문화 등 각 분야에서 남녀 평등을 이룩하고 합리적 소비로 복지사회를 이룩하겠다는 것. 현재 전국 16개 시도지부에 120만명의 회원이 있다.
부인회가 펼치는 주요 사업은 △남녀 평등에 관련된 세미나 개최 등 여성권익신장사업 △저소득층 가정을 위한 어린이집 운영 등 사회복지사업 △건전한 소비생활운동을 통한 소비자보호사업 등이다.
한국부인회 관계자는 전승희씨와 관련해 “95년부터 우리 단체에서 소식지 만드는 일을 했는데 우리 단체의 설립목적과 달리 소비자만족상 등 영리사업을 하다가 물의를 일으켜 98년5월 단체에서 탈퇴했다”고 말했다.
<차지완기자>marudu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