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지법 파산부(양승태·梁承泰부장판사)는 10일 도산 기업에 파견한 법정관리인들을 한자리에 모아 놓고 ‘뼈아픈 정신 교육’을 실시했다. 법정관리인들의 도덕성과 기업 경영의 투명성을 강조하기 위해 서울 강남의 리베라호텔에서 ‘제1회 법정관리인 전체 회의’를 열었던 것.
이날 회의는 지난달 말 ㈜나산의 법정관리인 백모씨가 약식 기소된 것이 계기가 됐다. 백씨는 취임 직후 “회사 경영에 필요하다”며 비자금 조성을 지시했고 법적으로는 문제되지 않았지만 고교 및 대학 친구의 청탁으로 특정 기업을 위해 정리 채권 우선 순위를 바꿔 법원에 보고한 사실이 수사 결과 드러났다. 법원은 탁월한 경영 능력을 발휘, 최우수 법정관리인으로 평가받던 백씨가 낸 자료에 ‘믿었던 도끼에 발등을 찍힌’ 셈.
이양하부장판사는 “법원 파산부가 선발한 관리인은 다른 어떤 경영인보다 투명한 회계 처리를 통해 기업의 회생 과정이 낱낱이 공개되도록 해야 한다”며 “법원은 기업 회생이라는 결과와 함께 투명한 기업 경영 관행의 정착을 위해 노력하는지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이정은기자> light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