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박찬범씨, 서울 풀피리 기능보유자로 지정

  • 입력 2000년 5월 14일 19시 29분


“풀잎으로 피리를 분다니까 버들피리 정도로 생각하는데 그것과는 달라요. 입술이 100번도 넘게 찢어져 피가 맺히고 굳은살이 박일 정도가 돼야 제대로 된 소리가 나옵니다.”

국내에서 보기 드문 풀피리 연주자인 박찬범(朴燦凡·52·서울 광진구 노유동)씨. 그는 풀잎 하나로 궁중음악에서 민요 가요 팝송에 이르기까지 뭐든지 연주할 수 있다.

서울시는 최근 문화재 심의위원회를 열고 풀피리를 무형문화재로, 박씨를 풀피리 기능보유자로 지정했다.

서울시는 “풀피리가 조선시대 악학궤범에 나올 정도로 역사성이 깊고 박씨는 풀피리로 시나위를 연주하는 등 예술성이 돋보여 무형문화재와 기능보유자로 지정했다”고 밝혔다.

박씨는 8세 때 할아버지와 아버지가 풀피리를 부는 것을 보고 어깨 너머로 이를 배운 뒤 독학을 계속해 기능 보유자가 됐다. 그는 가정형편 때문에 초등학교만 졸업하고 18세 때 목수 일을 배워 전국의 건설현장을 누비며 풀피리로 시름을 달랬다.

그의 실력이 알려지면서 구청 문화행사 등에서 연주할 기회가 많이 생겼고 98년 국립관현악단과의 협연을 계기로 본격적인 연주생활을 시작해 음반도 냈다.

<서정보기자> suh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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