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綜金직원 97억 빼내 잠적…횡령액수 종금 최대규모

  • 입력 2000년 5월 16일 00시 04분


울산종금 직원이 97억원의 회사돈을 빼돌려 잠적한 것으로 드러나 금융감독원이 경위조사에 착수했다.

이번 사건은 종금업계 횡령사고로는 규모가 가장 클 뿐 아니라 감독당국의 관리상 허점까지 그대로 드러냈다.

금융감독원은 15일 울산종금 서울사무소 이모 과장(38)이 작년 5월과 올해 2월 두 차례에 걸쳐 회사가 현대증권의 MMF(머니마켓펀드)에 예치한 97억원을 횡령한 사실을 울산종금측이 보고해옴에 따라 경위 조사에 나섰다고 밝혔다.

금감원에 따르면 울산종금의 자금을 담당해온 이과장은 회사측이 현대증권 무교지점에 개설한 MMF계좌를 관리하면서 자금을 수시로 불법인출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이과장의 불법인출이 1년여간 적발되지 않은 것은 현대증권이 울산종금에 제출하는 잔액증명서 양식을 얻어내 이를 위조했기 때문인 것으로 조사됐다.

울산종금측은 6일부터 이과장이 출근하지 않자 의심을 품고 그의 관리계좌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뒤늦게 이 사실을 알았다.

금감원 관계자는 “MMF는 수시입출금식 상품이기 때문에 자금을 빼기가 쉽고 제대로 실사하지 않을 경우 종금사의 결산 때나 계좌내용이 드러난다는 허점을 이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울산종금이 이과장을 검찰에 고발토록 하는 한편 조사결과 회사측의 업무감독 소홀이 드러날 경우 관계자를 문책할 방침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종금업계가 전반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상태에서 횡령 사건이 터져 울산종금은 신인도에 적지 않은 타격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현대그룹의 종금계열사인 울산종금은 현대중공업(76%)과 현대자동차 현대해상이 주요주주로 있으며 총자산은 3월말 현재 7925억원, 지난해말 BIS비율은 13.56%이다.

하루만 맡겨도 이자를 주는 금융상품.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했을 때 잠시 예치하기에 적합하다. 투신사와 투신운용사가 취급하고 증권사는 이들의 MMF를 대신 판매한다. 비슷한 상품으로 은행권의 수시입출금식예금(MMDA)이 있다.

<박래정기자> eco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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