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추적]판치는 일본 성인만화영화CD

  • 입력 2000년 5월 16일 19시 30분


위험 수위를 넘어선 폭력과 선정적인 내용 일색인 일본 성인만화영화 CD롬이 서울 도심 한복판에서 청소년들을 유혹하고 있다.

대부분 일본에서 밀반입한 레이저디스크(LD)나 비디오디스크(VCD)를 무단 복제한 이 CD롬들은 서울 용산전자상가나 세운 전자상가 등지의 불법 노점상들을 통해 중고생들에게 버젓이 판매되고 있는 것. 이곳을 찾는 청소년들은 “영화보다 리얼하고 자극적인 일본 성인만화영화에 한번 빠지면 좀처럼 발길을 끊기 힘들다”고 입을 모았다.

▼실태▼

10일 오후 서울 용산구 용산전자랜드 부근의 한 노점상. 30여종의 각종 일본 성인만화영화 CD롬이 좌판에 즐비한 가운데 4, 5명의 중고생들이 주인과 흥정을 벌인 뒤 비닐봉지에 담긴 10여장의 CD롬을 건네 받았다.

이들이 구입한 CD롬은 최근 청소년들 사이에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검풍전기’ 시리즈. 일본 막부시대 사무라이들의 ‘혈투극’이 주내용인 이 CD롬은 말 그대로 ‘피와 살이 튀는’ 잔혹 영상으로 10대들의 ‘유명세’를 얻은 작품이다.

이 작품에는 전라의 남녀가 뒤엉킨 노골적인 정사 장면도 다수 포함돼 있다. 한 가게 주인 김모씨(29)는 “하루 10여명의 중고생들이 찾아와 폭력적이거나 야한 내용, 잔혹 괴담류 등을 즐겨 사 간다”며 “매주 2∼3번씩 찾는 ‘단골’도 많다”고 귀띔했다.

같은 시간 인근 10여곳의 가게도 수십여종의 일본 성인만화영화 CD롬을 소개하는 카탈로그까지 내걸고 호객에 열을 올리고 있었다.

한 가게 주인은 “국내에선 도저히 구해 볼 수 없는 야하고도 잔인한 내용의 CD롬을 찾느냐”며 “원하는 것은 모두 구해 줄 수 있다”고 귀띔했다.

이곳에서 판매되는 CD롬들은 대개 장당 40∼50분 분량으로 가격은 6000원선. 김모군(18·서울 Y고1년)은 “몇 개월 전부터 매주 한차례 이상 이곳을 들러 대부분의 용돈을 CD롬을 구입하는데 쓰고 있다”며 “이젠 더 이상 구입이 어려워 가까운 친구들끼리 돌려보는 실정”이라고 털어놓았다.

▼문제점▼

이곳에서 판매되는 CD롬들은 대부분 일본에서 몰래 들여온 레이저디스크나 비디오디스크를 모처에서 대량으로 불법 복제한 것. 한 가게 주인은 “매주 수원에 있는 ‘기업형 공장’으로부터 수백장씩 들여온다”며 “30장 이상 구입하면 할인도 해준다”고 귀띔했다.

이들 CD롬의 내용들을 살펴보면 대개 사람을 칼로 ‘무 자르듯’ 죽이거나 피가 흥건한 ‘하드코어’, 남녀의 성관계를 노골적으로 묘사한 야한 내용 등이 주류다.

일본 사무라이들의 혈전을 다룬 ‘수병위인풍첩’이란 만화영화는 칼 도끼 철퇴 등으로 사람을 난자하거나 팔이나 목이 잘려 나가 피가 흥건한 장면을 곳곳에 담고 있다.

또 ‘아이카’라는 SF만화에는 여성의 전라 모습을 비롯, 남녀의 정사 장면이 곳곳에 등장한다. 한 가게 주인이 ‘얼마 전까지 없어서 못 팔았다’며 알려준 ‘인어의 숲’이라는 작품에는 영생(永生)을 얻기 위해 인육을 잘라먹는 엽기적인 장면까지 보여준다.

이런 실태에도 불구하고 단속의 손길은 요원한 실정. 한 가게 주인은 “이곳은 이미 청소년들 사이에 일본 만화영화의 ‘요람’으로 자리잡은 지 오래”라며 “최근 몇 달간 단속을 받은 적이 없다”며 새삼스럽다는 반응이었다.

▼대책▼

전문가들은 폭력 선정적인 일본 성인만화영화가 감수성이 예민한 청소년들에게 여과없이 노출될 경우 모방 심리를 자극, 성범죄와 폭력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당국의 단속 등 대책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또 각 가정마다 고성능 PC가 보급되고 PC방 등이 급증하면서 청소년들이 책이나 비디오테이프가 아닌 CD롬을 통해 손쉽게 일본 성인만화영화를 접할 수 있게 돼 보호자의 각별한 주의와 감독이 필요하다는 지적.

음란 폭력성 조장 대책시민협의회 전종천(全鍾千)기획실장은 “잔인한 폭력과 선정적인 내용이 주류인 일본 성인만화영화는 청소년들의 올바른 가치관 확립을 저해할 뿐만 아니라 왜곡된 성의식을 심어줄 우려가 크다”며 “시민단체와 당국이 연계해 해당 CD롬을 판매하는 불법 노점상을 대대적으로 단속하는 등 대책을 세워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상호기자> ysh100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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