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82% "선진국형 의약분업案 불허땐 집단휴진"

  • 입력 2000년 5월 21일 20시 27분


의료계가 21일 ‘선진국형 의약분업안’의 수용을 촉구하며 6월중 무기한 집단 휴진도 불사하겠다고 경고하고 나선 반면 정부는 예정대로 7월1일 의약분업을 강행할 방침이어서 7월 초 의료대란이 예상된다.

의권쟁취투쟁위(위원장 신장진)는 이날 서울 용산구 동부이촌동 의사협회 사무실에서 중앙위원 회의를 열고 “약사들의 임의조제 근절 등 선진국형 의약분업안을 정부가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무기한 집단 휴진과 태업 등 모든 방법을 동원해 투쟁해 나갈 것”이라고 결의했다. 의쟁투 관계자는 “전국 의사들을 상대로 ‘의약분업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이날까지 3만여명이 정부가 추진하는 의약분업안에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의료계가 요구하는 선진국형 의약분업안을 정부가 수용하지 않으면 81.9%가 무기한 휴진 및 태업에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또 70.9%는 선진국형 의약분업안이 수용되면 의약분업에 동참할 것이라고 응답했다는 것.

의료계는 △약사들의 임의조제 근절 △전문의약품 비율 확대 △대체조제 금지 △약화사고 책임소재 명확화 △의료보험 수가 현실화 등 크게 5가지를 요구하고 있다. 의쟁투 사승헌 총무는 “약국이 동네의원보다 많은 상황에서 약국은 결국 생존 차원에서 임의조제 등 진료행위를 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면서 “약을 소량으로 나눠 팔 수 있도록 돼 있어 ‘합법적 임의조제’가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또 현재 전문의약품 대 일반의약품의 분류 비율은 7월부터 종전의 4대6에서 6대4로 바뀌게 되며 80여개 품목은 현재 분류 작업이 진행중이다. 그러나 의료계는 전문의약품이 전체 의약품의 80% 정도는 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정부는 이에 대해 “의료계가 말하는 서구식 완전 의약분업이 도대체 뭘 말하는 것인지 모르겠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아스피린과 쌍화탕을 주면 그것도 임의조제로 처벌해야 하느냐”고 반문한 뒤 “임의조제 등의 진료행위를 하면 금방 소문이 나고 면허가 취소되는데 누가 그런 위험을 무릅쓰고 임의조제를 하겠느냐”고 말했다. 또 후시딘 맥소롱 등을 전문의약품으로 분류해 달라는 주장은 납득할 수 없으며 전문의약품 대 일반의약품 비율(허가기준)은 6대4 정도가 가장 합리적이라는 것.

그러나 정부로서도 의료계의 협조없이 의약분업이 제대로 정착할 수 있을지 난감해 하는 표정이 역력하다. 정부 관계자는 “의료계의 집단 행동이 의약품 분류와 의보수가 인상 문제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려는 전략으로 보인다”면서도 “현재로선 각종 루트를 통해 의료계를 설득하는 것 외에는 다른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정용관·김준석기자> yonga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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