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씨는 “준설선이 해사(海沙)를 채취하는 바람에 백사장이 점점 사라지고 있다”며 “채취 허가를 내주지 말아 달라고 옹진군에 여러 차례 건의했으나 묵묵부답”이라고 말했다.
인천 중구 무의도 실미해수욕장에 사는 차석교(車錫校·52)씨는 96년 집 앞 해변에 높이 6m, 길이 340m의 축대를 쌓았다. 해수욕장 앞 백사장 모래가 15∼16년 전부터 계속 줄어 해변의 경관이 너무 볼품없게 돼 버렸기 때문이다.
하지만 관할 중구청에서 이 축대가 불법 형질 변경행위라고 단속하자 차씨는 1년 만에 석축을 모두 헐어야 했다.
▼모래채취▼
인천과 경기도의 앞 바다인 경기만에서 퍼내는 바다 모래는 한 해 평균 1500만㎥. 이는 15t 덤프 트럭 150만대 분량.
인천 옹진군에서 허가받은 17개 업체가 이작-승봉도 남서쪽 해역 등 20여 곳의 광구에서 모래를 퍼 올리고 있다. 이는 전국 바다 모래 채취량의 40%선.
전남 신안 목포 앞 바다와 충남 서산 당진 앞 바다도 모래를 많이 채취하는 지역.
전국의 올해 해사 채취 계획량은 3700만㎥이며, 이 중 올 1·4분기 전국의 해사 채취량은 520만㎥로 지난해 같은 기간 410만㎥보다 100만㎥ 가량 늘어났다.
▼바다생태계 파괴▼
이 때문에 바다의 생태계도 크게 훼손돼 어족이 줄어들고 있다.
경기만을 산란장으로 삼던 조기와 민어 등이 자취를 감춘 것은 이미 오래 전이고, 꽃게 피조개 전복 등도 머지않아 같은 처지가 될 형편이다.
국립수산진흥원 서해수산연구소 박경수(朴慶洙·38)박사는 “환경영향평가가 한 번도 이뤄지지 않아 정확한 연구결과는 아직 나오지 않았지만 모래 광구 주변 바다에는 모래를 퍼 올릴 때 생기는 부유물질이 생물에게 심각한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모래 채취는 소규모라는 이유로 환경영향평가 대상에도 들어있지 않아 무분별한 채취를 막기 어려운 형편. 현행 환경영향평가법에는 채취면적이 25만㎡ 이상이거나 채취량이 100만㎥ 이상인 경우에만 환경영향평가를 받도록 하고 있다.
한 해 동안 퍼 올린 해사채취 총량을 따져 환경영향평가가 당연히 실시돼야 하나 채취업체는 소규모로 자주 허가를 받으면서 법망을 피해가고 있다.
▼시군구의 입장▼
각 시 군 구가 환경파괴를 무릅쓰면서도 해사 채취 허가를 계속 내주는 것은 세외수입이 워낙 크기 때문.
올 한 해만 해도 옹진군은 해사채취와 관련한 공유수면 점용 사용료(㎥당 730원) 명목으로 109억여원의 세외수입을 예상하고 있다. 옹진군은 84년부터 16년 동안 해사 채취업자에게 매년 1200만∼1600만㎥의 해사 채취를 허가해주었다.
▼대책▼
해양전문가들은 골재 수급 문제가 심각하고 세외수입이 많다고 해도 중장기적으로 더 이상의 무분별한 해사채취와 해양환경 파괴는 막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인천 해양수산청의 한 관계자는 “광구별 휴식년제 도입이나 쿼터제 등을 통해 해양자원을 관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박정규기자>jangk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