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재계가 “임금이나 휴가일수 축소 등의 전제조건이 충족되지 않는 상황에서 근로시간 단축은 받아들일 수 없다”며 강력히 반발,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최선정(崔善政)노동부장관은 26일 기자회견을 갖고 “정부는 근로시간 단축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갖고 있으며 노사 양측의 입장을 적극적으로 조정하고 합의를 유도해 연내에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마련, 국회에 제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노사정위원회 산하 근로시간 단축 특별위원회의 합의를 거친다는 전제를 달기는 했지만 정부가 이처럼 강한 톤으로 법개정 추진 의사를 밝히고 구체적인 시한까지 제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러나 최장관은 “근로시간 단축은 업종별 규모별 분야별로 국가경제가 소화할 수 있는 한도 안에서 시행되어야 할 것”이라고 말해 프랑스 일본 등과 같은 ‘단계적 시행’을 염두에 두고 있음을 내비쳤다. 또 “근로시간 단축과 관련된 임금 휴일 휴가제도의 개선 방안을 포괄적으로 묶어 합리적 개선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노동계가 정부의 이런 의지를 확신하지 못해 총파업을 강행하려는 것 같다”면서 “남북정상회담 등을 앞두고 있는 상황인 만큼 노사 모두가 함께 번영할 수 있는 길을 모색하는데 지혜와 힘을 모아달라”며 노동계의 파업 자제를 당부했다.
그러나 31일 총파업을 예고하고 있는 민주노총은 “정부의 이런 입장은 98년 노정합의때 모두 나온 얘기이고 정부의 고유 업무를 노사정위에 떠넘기는 것이다. 정부는 주5일 근무제를 이번 정기국회에서 입법화해야 한다”면서 총파업을 강행하겠다고 밝혔다. 한국노총은 위원장 선거 등 내부적 요인과 남북정상회담 등 외부적 여건 등을 이유로 파업 일정은 일단 연기하기로 했다.
한편 대한상공회의소 엄기웅(嚴基雄)전무는 “금융불안이 계속되고 기업들의 투자의욕이 줄어든 현 시점에서 정부의 이같은 방침은 시기적으로 적절치 않으며 특히 중소기업을 죽이는 정책”이라며 근로시간 단축문제가 정부주도가 아니라 노사자율로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을 강조했다.
<정용관·이훈기자> yongar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