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만약 그들이 시내 어느 맥주 집에서 술 한잔 했다면 이만한 뉴스거리가 되었을까. 그렇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날의 열정과 각오를 되새기며 다시 한번 낡은 정치 타파를 결의하는 자리로도 생각될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의 술 문화가 어디 그러한가. 자신이 지도층이나 엘리트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의 술자리는 으레 룸살롱으로 정해지기 마련이다.
이에 대해서는 언론계도 별로 할 말이 없을 것이다. 다양한 기술 개발로 우리사회 전반에 폭탄주 문화를 전파한 근원지가 바로 기자들의 룸살롱 술자리 아닌가. 정치인들도, 법조인들도, 공무원들도, 회사원들도 우리 사회의 술 문화를 룸사롱 문화, 접대부 문화로 만드는 데 일조한 것이 사실이다. 룸살롱에서 넥타이를 풀어 머리에 동여매고 정신없이 놀 수 있는 사람이 능력있는 사람으로 인식되는 것이 바로 우리의 술문화다. 룸살롱에서 접대를 받았거나 술 한잔 얻어먹은 다음날은 자랑스럽게 그것을 이야기하는 것이 우리의 술문화다.
386정치인들이 17일 광주에서 룸살롱에 갈 수 있었던 것도 우리 사회의 문화가 바로 이러했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물론 386세대 정치인들은 다른 모습을 보여 주어야 한다. 그들은 국민들에게 비전을 제시하는 것 뿐만 아니라 최고의 도덕성을 보여주어야 한다. 국민들이 그들에게 가장 크게 기대하는 바가 기존 정치인들과는 다른 깨끗함이다. 그들이 이번 사건을 자성의 기회로 삼고 나아가 우리 사회의 술문화를 바꾸는데 앞장섰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것이 진정으로 국민들에게 사죄하는 길이 될 것이다
신 호 <동아닷컴 인터넷기자> sino007@m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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