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진철훈/친절-질서가 경기장보다 중요

  • 입력 2000년 5월 30일 19시 47분


월드컵대회 개막일을 알리는 서울시청 옥상의 전광판은 내일이면 대회가 꼭 2년 앞으로 다가왔다는 의미의 ‘D-730일’을 가리키게 된다. 어찌 보면 많은 날이 남아 있는 것 같지만 월드컵 주경기장 건설을 책임지고 있는 사람으로서는 하루하루가 쏜살같이 지나가는 느낌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서울 부산 대구 인천 광주 대전 울산 수원 전주 서귀포 등 10개 도시에서 경기가 열리는데 다행스러운 것은 각 도시의 경기장이 내년 6월부터 12월까지 모두 완공될 예정이어서 건립추진 당시에 제기됐던 공기(工期)에 대한 우려는 없어졌다는 점이다.

서울의 상암주경기장은 아시아 최대 규모인 6만4000명을 수용하는 축구전용구장으로서 개막식과 함께 첫번째 경기가 펼쳐지고 준결승전이 열리는 핵심 경기장인데 현재 46%의 공정을 보이고 있어 내년 12월 무난히 완공될 전망이다.

또한 경기장 주변 상암동 일대 200만평을 생태환경과 디지털 미디어산업이 어우러진 미래형 복합도시인‘새천년 신도시’로 2010년까지 조성할 계획이어서 경기장 건설의 시너지효과가 환경친화적인 주변개발로 이어지고 있는 좋은 본보기가 되고 있다.

경기장 건설이라든가 교통망 확충, 간판과 도로표지판 정비, 깨끗한 화장실 만들기 등 하드웨어 부문은 공공과 민간의 협력으로 남은 2년 동안 잘 마무리될 것이다.

그러나 정말 우리가 준비해야 할 것은 친절하고 질서 있고 깨끗한 시민정신을 더욱 승화시켜 선진국민의 모습을 보이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일부이긴 하지만 외국관광객을 상대로 한 음식값과 술값 바가지, 불친절하고 난폭한 택시 등은 우선 개선돼야 할 대상이다.

월드컵대회 기간에 한국을 찾을 외국인이 47만명, 전세계에서 TV를 시청하는 연인원은 무려 600억명에 이를 전망이고 보면, 월드컵은 출전선수나 대회준비 관계자만의 것이 아닌 온 국민의 것이다.

그 결실도 온 국민의 것임을 D-2년을 계기로 다시 생각해 본다. 남북정상회담이 성공적으로 이뤄져 월드컵대회에 앞선 첫 경기로 상암동 푸른 잔디 위에서 남북친선축구가 열리기를 기대해 본다.

진철훈<서울시 월드컵주경기장건설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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