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과 정부에서 언급되는 회담의제들이 식상하다 싶을 정도로 특정의제들에 국한된 반면 이번 운동에 참여한 네티즌들의 의제는 어떤 틀에도 구속되지 않은 참신하고 신선한 것이었다. 자유분방한 네티즌들의 성격이 이번 발의 운동에도 그대로 반영된 것으로 보여진다.
그 면면을 살펴보면, 우선 민간교류의 차원에서 국내 모대학 아마추어 축구부와 김일성대학 아마추어 축구부간의 친선경기를 제안한 네티즌이 있었다. 제안을 한 박은중씨는 스포츠교류가 국가대표급에서 뿐만 아니라 남북 일반 청년학생들 간에도 이루어져야 하며 그러한 차세대 주역의 만남은 통일의 든든한 밑거름이 될 것이라고 믿는다며 정부와 시민단체가 이러한 만남을 위해 노력할 것을 촉구했다. 또 민간교류의 활성화를 위해서 판문점을 만남의 광장으로 만들자는 견해가 있었다. 박희진씨는 판문점이 이산가족상봉은 물론 학술교류, 문화교류, 각종 연관 단체들의 교류가 이루어지는 실질적인 만남의 광장이 될 것을 기대했다. 이밖에도 윤희용씨는 북한의 의료체계 복구를 위한 남북한 의료인들의 교류를 제안했다.
군비축소 분야에 있어서 서보혁씨는 남북한 민간군사조직(남한: 향토예비군, 민방위 북한: 교도대, 노농적위대)의 해체를 주장했다. 그는 남북한 민간군사조직의 성립시기와 명분이 극심한 상호대립과 적대에 기초하고 있다는 점에서, 또한 민간인에 대한 군사훈련으로 주민들의 정상적인 사회생활, 국가차원의 경제활동이 방해를 받고 있다는 점에서 민간군사조직의 해체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후자에 관해서 그는 남한의 경우 예비군과 민방위의 훈련이 지극히 형식적이며 개인과 국가차원에서 막대한 시간과 인력, 예산을 낭비하는 것이며 북한의 경우는 1970년대 중반부터 경제성장이 하락을 계속하면서 김일성조차 민간군사조직의 비효율성을 인정할 정도였다는 것이다. 그는 이러한 논의에서 더 나아가 민간군사조직의 해체가 군사적 대치상태를 해결할 수 있는 현실 가능한 고리로서 작용할 수 있다고 주장하면서 그의 제안이 정부당국에 반영될 것을 기대했다.
국가보안법 분야에 대해서는 다소 강한 어조로 폐지를 주장하는 견해들이 눈에 띄었다. 이진구씨는 "북한을 주적으로 삼고서 무슨 회담이다 뭐다 하면 그거야말로 눈가리고 아웅이다."라며 국가보안법폐지와 북한의 헌법개정을 주장했다. 같은 맥락에서 한 네티즌은 최근의 남한 이산가족의 대북송금문제가 국가보안법으로 유야무야된 것을 비판하며 국보법은 폐지되어야 한다고 강변했다.
한편 북한의 환경문제도 제기되었다. 최광수씨는 무리하게 경제개발에 치우침으로써 환경의 대가를 톡톡히 치른 남한의 경험을 상기할 때 북한의 경제 재건의 추진과 더불어 북한의 환경에 대한 여러가지 고려가 동시에 이루어져야 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그는 지난 몇년간 식량난과 대홍수로 북한전역이 황폐화되었다는 점, 북한의 여러 산업시설에 공해방지시설이 부족하다는 점, 그리고 석탄 사용률이 높아 대기오염과 수질오염이 심각하다는 점 등을 이유로 북한의 환경문제가 심각함을 제기했다. 특히 남북경협에 있어서 남한의 기업이 이를 공해배출시설의 해외이전 기회로 사용하게 되면 경협이 통일에 이바지하기보다는 민족내부의 정서에 악영향을 미치고 통일에 하나의 장애물이 될 것을 우려하였다.
그는 이러한 문제해결을 위해 경협지원금에 북한의 환경기초시설과 환경오염조사 비용을 포함시킬 것을 제안했으며 그것은 남한의 입장에서도 IMF이후 위축된 환경관련 기술의 개발과 시장성을 동시에 충족시킬 수 있는 좋은 기회임을 강조했다.
네티즌들의 이와같은 참여는 정상회담이 남북 정상만의 만남이 아니라 우리민족 전체의 만남이 되어야 한다는 기대가 반영된 것이 아닐까 한다. 아무쪼록 정상회담을 향한 네티즌들의 목소리가 남북 양 정상의 귓가에까지 다다를 것을 기대해 본다.
김원재 <동아닷컴 인터넷기자> boching@m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