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같은 교통사고율을 2002년 월드컵 때 우리나라를 찾을 관광객 26만여명(한국개발연구원 추산)에 적용할 경우 50명 이상이 숨지거나 다친다는 계산이다.
교통개발연구원이 98년 교통사고 사상자(34만9621명)를 기준으로 계산한 사회적 손실비용은 무려 10조8000억원. 교통사고로 1명이 숨질 때마다 3억4000만원의 사회적 비용을 치러야 한다.
결국 도로시설을 개선하고 제도를 고쳐 사상자를 10%만 줄일 수 있다면 국가 이미지가 그만큼 좋아지는 것은 물론 1조원 이상의 사회적 비용이 절감된다는 계산이다.
정부가 관계부처 협의를 통해 6개월에 걸쳐 마련한 교통안전종합대책은 바로 이같은 판단에 따른 것.
이 대책 마련에 참여했던 한 관계자는 "동아일보의 장기 교통안전 캠페인에 상당한 자극을 받았다"며 "이 대책이 제대로 시행되면 2002년에는 지금보다 10∼20%, 장기적으론 50%까지 사상자를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보행자 보호와 과속차량 단속 강화〓전체 교통사고 사망자의 39.5%가 보행자일 정도로 우리나라의 보행자 사망률은 선진국의 2∼3배나 된다.
이에 따라 정부는 자동차와 보행자가 함께 이용하는 이면도로 등에서의 최고 주행속도를 지금의 시속 60㎞에서 시속 30㎞로 제한키로 했다. 현재 보도가 따로 마련되어 있지 않은 이면도로는 우리나라 도로 총연장의 50%나 되기 때문에 이렇게 제한속도를 강화하면 보행자 사망률도 절반 정도 줄 것으로 기대된다.
과속차량 단속을 강화하기 위해 정부는 무인단속장비를 지금의 634대에서 2002년까지 3500여대로 늘릴 예정. 무인단속장비 1대를 설치해 1년간 운영하는데 1억원 정도가 들지만 과속으로 인한 교통사고를 크게 줄일 수 있어 경제적으로 훨씬 이득이라는 계산이다.
▽택시와 오토바이 관리 개선〓98년 택시 교통사고는 1만대당 930건으로 일반 승용차 167건에 비해 5.5배나 됐다. 이는 택시의 과속 난폭운전에 따른 것.
정부는 이같은 운전행태와 부당요금 징수 등의 난맥상에 주목, 회사이름과 차량번호 등이 기록되는 요금 영수증 발급을 의무화해 필요할 경우 승객이 신고하는 것을 쉽게 한다는 방침이다.
오토바이는 낮에도 운전자와 보행자들이 쉽게 식별할 수 있도록 시동을 거는 순간 전조등이 자동적으로 켜지게 하는 것이 주요 골자. 기존 오토바이도 별다른 비용 부담 없이 간단한 조작만으로 이같은 장치를 갖출 수 있다.
▽안전시설, 사고처리제도의 개선〓‘야간반사 번호판’을 도입할 경우 현재의 페인트로 칠해진 번호판보다 식별력이 3배 이상 높아져 야간 추돌사고를 줄이고 뺑소니사고를 억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또 현재 대인사고의 일부만 보상되는 현행 책임보험의 가입 범위를 대인사고 모두와 대물사고까지 포함하도록 의무화하려는 것은 책임보험 가입자가 사고에 따른 민형사소송으로 처벌받고 심지어 가정까지 파탄되는 것을 막기 위한 것.
이 제도가 도입되더라도 현재 종합보험에 가입한 80%의 운전자는 보험료에 변동이 없고 책임보험에만 가입한 20%의 운전자는 연간 15만∼20만원의 보험료를 더 부담해야 한다.
▽재원 마련〓정부는 이번 종합대책의 시행을 위해 연간 3000억원에 이르는 교통범칙금을 교통안전사업에 투자할 수 있도록 한시적인 특별회계를 설치해 운영할 계획이다.
또 휘발유특소세 자동차특소세 등 자동차관련 세금 중에서 도로시설개선에 사용할 수 있는 연간 5조원 가운데 일정액을 고정적으로 교통안전에 투자하는 방안도 검토중이다.
<기획취재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