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월드컵 에티켓]틈만 보이면 '우르르'

지난달 30일 오후 서울 김포 국제공항 2청사 여자화장실 앞. 한산한 시간인데도 입구부터 한 줄로 서서 순서를 기다리는 10여명의 일본인 관광객이 내국인들의 눈길을 끌었다. 서너 줄로 늘어선 채 옆줄을 곁눈질하기 바쁜 우리의 공중화장실 풍경과는 사뭇 대조적인 모습이었다.

2002 월드컵을 앞두고 한일 두 나라의 질서의식은 아직 곳곳에서 큰 격차를 보이고 있다. 특히 질서의식을 가늠하는 기본 척도인 줄서기에서의 차이는 더욱 확연히 드러난다.

‘한줄 서기’는 공중화장실 매표소 현금인출기 등 창구가 여러 개인 공공장소 이용시 대기지점에 한줄로 선 뒤 빈칸이 생기면 도착 순서대로 이용하는 방식.

구미 선진국에서는 오래 전부터 하나의 생활습관으로 뿌리내렸다. 90년대 중반부터 한줄 서기 캠페인을 벌여온 일본의 경우 이젠 공공장소 어디서나 이 같은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2일 오후 일본 도쿄(東京)의 번화가인 긴자(銀座)거리에 있는 한 은행의 현금인출기 앞. 20여명의 고객이 입구 대기선 앞에 한줄로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다. 끼어들기는 엄두조차 낼 수 없고 앞사람의 눈치를 살피거나 재촉하는 모습도 찾아볼 수 없었다.

인근 번화가인 아카사카(赤坂)의 10여평 남짓한 한 라면가게도 사정은 마찬가지. 입구에 20여명의 직장인들이 한줄로 차분히 기다리다 자리가 나는 대로 한사람씩 안으로 들어섰다. 회사원 마에다(32)는 “음식점 은행 극장매표소 관공서 등 대부분의 공공시설에서 한줄 서기는 불문율처럼 지켜지고 있다”며 “시간도 훨씬 절약되고 합리적”이라고 말했다.

이달 초 서울역의 한 매표창구. 5개의 창구마다 10여명씩 늘어선 줄은 좀처럼 줄어들 줄 몰랐다. 대부분의 시민들은 앞사람에게 바짝 붙어 어깨너머로 연방 곁눈질을 하거나 일부는 기다리다 못해 옆줄로 옮겨다녔다.

퇴근시간 서울 종로 일대의 버스정류장. 처음엔 그런 대로 질서 있는 듯이 보이던 줄서기 모습이 버스만 도착하면 금방 흐트러지고 만다. 서로 먼저 타기 위해 버스 앞으로 한꺼번에 몰려들기 때문이다.

<윤상호기자·도쿄〓심규선특파원>kssh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