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추적]'中불법조업' 속타는 어민

  • 입력 2000년 6월 5일 19시 25분


1일 중일(中日) 어업협정이 발효된 이후 우리나라 서해에서의 중국어선들의 불법조업이 늘어나고 있다.

종전에도 서해에서 ‘고기의 씨’가 마를 정도로 싹쓸이를 해간 중국어선들이 중일어업협정으로 일본측 배타적경제수역(EEZ) 내 조업이 제한되자 우리 서해와 제주도 근해 등을 넘보고 있어 대책이 시급한 실정이다.

이와 관련, 해양경찰청은 서해의 경비체제와 단속을 강화하고 있다.

이항규(李恒圭)해양수산부장관은 서해의 심각성을 감안해 2일 경비함을 타고 동중국해 인근 현장을 점검 하기도 했다.

▼중국어선 조업실태▼

중국어선들이 휩쓸고 간 수역에는 어자원 고갈 현상이 심각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중국어선들은 30∼40척씩 선단을 이뤄 다니는 저인망 쌍끌이어선이 주종을 이룬다. 그들은 저인망 어선 2척씩으로 짝을 지어 양쪽에서 촘촘한 그물을 끌면서 바다 밑 어자원을 싹쓸이한다.

중국어선들은 잡은 고기를 해상에서 운반선에 인계하는 방법으로 장기간(3∼4개월) 바다에 머물며 동중국해와 우리 영해를 넘나든다. 따라서 우리 어민들에게는 ‘공포의 대상’이다.

전남 여수선적 미원호(90t)의 김재수선장은 “앞으로 중국어선들이 떼지어 몰려들어 우리 어선의 그물을 찢고 싹쓸이조업을 할 것을 생각하면 눈앞이 캄캄하다”고 말했다.

특히 중국어선들이 끌고 다니는 그물은 우리 어선의 그물이나 낚싯줄을 끊기도 해 양국 어민들간 보상분쟁으로까지 번지고 있는 실정이다.

▼단속실태▼

중국어선들의 출몰이 잦아지면서 제주도와 백령도 인근 해역 등에서는 쫓고 쫓기는 추격전이 심심찮게 벌어진다.

영해침범 등에 의한 불법조업으로 현장에서 적발된 중국어선은 97년 39척, 98년 39척에서 지난해 80척으로 급증했다. 올 들어 지난달 말까지 적발된 중국어선은 모두 34척.

인천해경은 2일 오후 8시반경 인천 옹진군 소청도 남쪽 28마일 해역에서 불법조업중인 70t급 중국선적 저인망어선 1척을 나포했다. 또 제주해경은 올 3월21일 북제주군 한림읍 비양도 북서쪽 21마일 해상에서 잡어 24상자를 잡은 중국선적 40t급 저인망어선 1척을 붙잡기도 했다.

그러나 중국어선을 단속하는 해양수산부 소속 지도선과 해경 경비함 등은 모두 40여척에 불과해 중국어선의 불법조업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

▼대책▼

중국어선들의 불법조업을 막기 위해서는 한중(韓中) 어업협정 체결이 시급하다는 것이 어업계의 공통적 의견이다.

지금까지 4차례에 걸쳐 한중 실무협상이 열리고 이달 말 제주에서 다시 실무진이 협상테이블에 앉을 예정이나 협상타결 전망은 아직 미지수다. 중국측이 자국 어민들의 어획량을 조금이라도 더 늘리기 위해 갖가지 이유를 들어 협정체결을 지연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이 협상에서 양국 EEZ 내 조업이 가능한 어선 척수와 어종별 어획량, 재판관할권 등을 확정해야 중국어선의 불법조업을 막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는 셈이 된다.

한윤종(韓潤鍾)제주도선주협회장은 “중국어선들의 마구잡이식 조업으로 우리 어선들이 잡을 수 있는 고급어종이 계속 줄어들고 있다”며 “하루 빨리 한중 어업협정이 체결돼 EEZ에서 조업 가능한 어선 척수를 제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해양수산부 관계자는 “정부는 올해 말까지 어업협상을 마무리할 계획”이라며 “한일 어업협상을 거울삼아 소수보다는 다수가 이익을 얻을 수 있는 방향으로 협상에 임하겠다”고 밝혔다.

<제주〓임재영기자>jy788@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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