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김혁규/지방분권돼야 기업들 옮긴다

  • 입력 2000년 6월 6일 19시 14분


5월 초 건설교통부의 대통령 업무보고 때 나온 대기업 본사의 지방이전 정책에 대해 지방에 살고 있는 국민은 이를 전폭적으로 환영한다.

대기업 본사들이 다수 지방으로 이전돼야 하는 이유는 한마디로 국가 경쟁력 제고를 위해서다. 우리나라에서는 전국 면적의 12%에 불과한 수도권에 인구의 46%가 집중돼 있다. 이런 현상은 곧 한해 물류비용 70조원과 교통혼잡비용 18조원이라는 천문학적인 비용을 유발시키고 있다.

대기업이 본사를 지방으로 많이 옮기도록 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조건이 필요하다.

첫째, 기업이 지방에서 활동하기에 불편함이 없도록 기업에 관한 행정적 권한을 지방자치단체에 대폭 이양해야 한다. 지방의 기업들이 인허가 등 각종 업무를 해결하기 위해 서울에 가야만 하는 불편이 계속된다면 기업 본사의 지방 이전은 기대하기 어렵다. 5년 이내에 도민 소득 2만달러 달성을 목표로 기업 유치에 나선 경남도가 지방 이전을 주저하는 기업들로부터 가장 많이 듣는 말이 이것이었다.

둘째, 기업활동에 필수적인 자금줄을 쥐고 있는 시중은행 본부가 서울에만 있는 한 기업은 지방 이전을 꺼릴 수밖에 없다. 은행의 중요한 결정을 서울에 있는 본사에서만 하고 은행이 본사를 옮기지 않는 한 대기업은 본사를 지방으로 옮길 수 없는 것이다. 시중 은행 본점이 지방에 있으면 기업의 지방 이전은 촉진될 것이다.

셋째, 우리사회의 ‘서울로 서울로’하는 풍조의 가장 큰 이유가 자녀의 대학교육 문제일 것이다. 지방 근무자들 상당수가 ‘주말가족’이 되어 가족을 만나기 위해 주말마다 서울로 올라갔다 내려오는 실정이다. 이런 것들이 전부 원가상승을 부추기는 요인이고 국가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요인이다. 수도권대학의 지방이전과 지방대학의 집중육성이 하나의 중요한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본다.

기업 본사의 지방이전은 수도권의 산적한 문제를 해결하고 지방경제 활성화와 국가경쟁력 제고를 위해 논의 단계에만 머무를 수 없으며, 강력한 의지와 노력으로 실현시켜 나가야 할 절실한 국가적 과제다.

김혁규(경상남도 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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