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기독교윤리실천운동 전교조 대한불교청소년교화연합회 등 16개 청소년관련 시민단체는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대통령이나 국무총리 산하로 단일화된 청소년 전담기구를 요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이날 공동대표 김선일(金禪一·대한불교청소년교화연합회)스님은 “얼마 전 인천 호프 화재사건에서 보듯이 청소년 문제를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며 “프랑스의 청소년체육부처럼 청소년 업무에 대한 책임과 의결권을 가지는 독립기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현행 조직의 문제와 갈등▼
현재 청소년 정책은 ‘보호’ 업무를 맡은 국무총리실 산하 청소년보호위와 ‘육성’ 업무를 맡은 문화부 청소년국으로 이원화돼 있다. 이 때문에 일선 행정기관과 지방자치단체는 두 조직의 서로 다른 지시공문으로 혼란을 겪고 있는 실정.
이같은 문제가 계속 불거지자 청소년보호위는 지난달 22일 정부기능조정위원회에 “청소년보호위를 해체하고 문화부의 청소년국을 통합해 국무총리실 산하에 청소년위원회를 새로 출범시켜야 한다”는 의견서를 냈다. 이와 관련, 강지원(姜智遠)청소년보호위원장은 2일 청소년업무를 하나의 독립된 기구로 통합할 것을 촉구하기 위해 이한동(李漢東)총리서리에게 사퇴 의사를 표명하기도 했다.
그러나 같은 날 박지원(朴智元)문화관광부장관은 직원 월례조회에서 “청소년기구는 문화부로 일원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청소년보호위와 정반대 입장을 피력했다.
▼단일화 쟁점▼
문화부와 청소년보호위, 시민단체 등 모두가 단일화의 필연성에는 뜻을 같이하고 있다. 하지만 어떻게 통합할 것이냐에 대해서는 커다란 입장 차이를 보이고 있다.
우선 문화부는 청소년의 문화적 육성이 청소년 정책의 중심이 되어야 한다는 입장이 확고하다. 문화부 산하로 기능이 통합되어야 청소년 실무가 효율적으로 추진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이와 함께 문화 예술 등 청소년 관련 각종 프로그램을 이행하기 위해서는 문화부와의 업무협조가 반드시 필요한데 청소년기구가 문화부에서 독립될 경우 그것이 어렵다는 이유를 내세운다.
반면 청소년보호위는 청소년 업무가 ‘보호’에 중점이 맞춰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따라서 청소년 보호보다 문화 예술 관광 관계자들의 이해가 먼저 고려되는 문화부로 청소년 업무가 일원화될 경우 청소년 보호는 항상 우선 순위에서 밀릴 수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청소년보호위 전혁희(全爀熙)기획과장은 “문화 창조과정에서 생기는 음란성 등으로부터 청소년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청소년위원회’라는 독립기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청소년 관련 단체들과 청소년 관련학과 교수들도 대체로 청소년보호위 의견에 동조하고 있다. 청소년 단체들은 “지금까지 문화부의 청소년 업무는 육성보다는 청소년 단체를 관리하고 제한하는 것이 더 많았다”며 “독립기구가 청소년 업무를 관장하면 청소년 단체들을 이해하는 쪽에서 일이 추진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가톨릭대 명지대 천안대 등 전국 13개 대학 청소년 관련학과 교수로 구성된 전국대학 청소년지도학부 교수협의회 역시 최근 열린 세미나에서 독립적인 전담기구의 신설을 촉구했다.
▼전망▼
지난달 8일 정부는 정부기능조정 공청회를 열어 조직개편에 대한 논의를 시작했다. 당시 공청회에서는 △현행 이원체제 유지 △문화부 ‘청소년정책실’로 통합 △국무총리소속 ‘청소년위원회’(차관급 위원장)로 통합 △청소년과 여성문제를 통합해 다루는 ‘여성청소년부’ 설치 등의 안들이 제시됐다.
그러나 아직까지 어느 방식으로 기능을 조정할지에 대해서는 결론이 나지 않은 상태. 다만 이견이 좁혀지지 않자 정부 일각에서는 현 체제를 유지하자는 분위기도 나오고 있기는 하다. 다음주에 나올 정부기능조정 개편안이 주목된다.
<이현두·최호원기자>ruch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