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도심 초중등 '초미니校' 는다…학생수 급감

  • 입력 2000년 6월 8일 19시 43분


종로구 중구 용산구 등 서울 도심의 인구 공동화 현상으로 중학교와 초등학교의 학급규모가 크게 줄었다. 이같은 학생수 감소는 자연스럽게 과밀학급 해소 효과를 가져오고 있지만 일선 학교, 특히 사립학교의 재정난을 가중시키고 있다.

서울중부교육청이 관할하는 이들 3개구의 중학교는 모두 26개교. 이중 특히 서울사대부속여중 경신중 대신중 동성중 중앙중 등 8개교가 몰려 있는 종로구의 학생수가 가장 적다.

서울시교육청은 올해 중학교 신입생을 배정하면서 학급당 학생수를 35명 기준으로 정했지만 종로구는 다른 지역에 비해 3∼5명이 적은 30명 안팎의 학생이 입학했다.

중부교육청 관내 3개구의 중학생 배정자수는 98년 6344명에서 99년 6025명, 2000년 5910명 등으로 계속 줄어들고 있다. 이는 초등학생수가 절대부족하기 때문이다. 과거 큰학교였던 이곳의 교동 재동 매동초등학교는 해마다 학생수가 줄어 현재는 학년당 2∼4학급의 미니규모다.

중앙중은 올해 8학급 249명의 신입생을 받아 학급당 31명이다. 인근 교동 매동초등학교의 6학년을 다 합쳐도 140여명으로 57%에 불과해 동대문구 창신동의 학생들까지 배정받고 있어 원거리 통학 등의 불편이 크다.

이준영(李俊榮)교무부장은 “학생수가 계속 줄어 내년에는 학년당 8학급에서 5학급으로 줄이고 2002년에는 남녀공학으로 전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학급수 감소는 곧 재정난으로 이어진다. 교사 인건비 등은 국고보조가 가능하지만 학교운영지원비 등은 학급당 기준으로 책정된다. 중학생 1인당 학교운영지원비(육성회비) 15만원과 등록금 65만원 등 80만원이 되기 때문에 100명만 줄어도 8000만원의 적자가 생기는 셈이다.

한때 전체 30학급을 넘었던 환일중은 현재 학년당 4학급, 모두 12학급(351명)으로 관내에서 학급수가 가장 적은 학교로 변했다. 윤태중(尹太重)교장은 “학생수가 적어 생활지도나 공부를 가르치는데는 유리한 점이 있지만 학교 운영상 어려움이 많아 시설보수 등은 엄두도 못낸다”고 말했다.

또 학급수 감소로 교과목대로 전공교사를 두기 어려워 국어교사가 한문을, 사회교사가 도덕을 가르치거나 정규 교사 대신 강사를 쓰는 파행도 빚어지고 있다. 기존의 남아도는 과원(過員)교사 처리도 사립학교의 고민거리다.

그러나 콩나물 교실을 면할 수 있어 좋다는 얘기도 있다. 학부모 김진옥(金珍玉·44)씨는 “교사가 전교생의 이름을 외우고 친구들을 다 알 수 있는 장점이 있다”며 “특히 교사들이 학생들에게 더 시간을 할애해 개별지도를 해주어 좋다”고 말했다.

상명사대부속여중 전해진(全海鎭)교감은 “한 학급에 30명 안팎으로 쾌적하다 보니 주소지만 옮겨놓고 다른 곳에 거주하는 위장전입 학생이 많다”며 “그래서 전입학 학생은 반드시 가정방문을 통해 사실확인을 한다”고 말했다.

서울대 김신일(金信一·교육학)교수는 “교육행정이 학교 변화와는 달리 너무 경직돼 인건비 지원 외에는 투자가 없다”며 “기본적인 학교운영비는 학교 규모에 관계없이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인철·이진영기자>inchul@donga.com

▼교통초등학교 경우▼

‘학생수 5250명의 명문 초등학교에서 269명의 초미니 초등학교로.’

서울 종로구 경운동 교동초등학교는 서울의 532개 초등학교 중 은평구 북한산초교(174명)와 종로구 운현초교(178명)에 이어 세번째로 학생수가 적다. 학급당 평균 학생수로는 서울에서 제일 적은 22명. 가장 많은 은평구 역촌초교(53명)의 절반이 채 안된다.

이 학교는 1894년 구한말 개화기에 왕실자녀들의 교육을 위해 문을 연 우리나라 최초의 초등학교. 그 후 나날이 학생수가 늘어났으며 중학교 입시제도가 있던 60년대에는 ‘일류학교’로 급부상, 지방에서까지 학생들이 몰려왔다. 63년 전교생수는 지금의 20배 가까운 5250명.

‘콩나물 교실’이라는 신조어의 발상지도 다름아닌 이곳이었다. 당시 한정된 건물에 지방 학생들까지 수용하는 바람에 학급당 학생수가 100명이 넘어섰던 것.

그러나 69년 중학교 입시제도가 추첨제로 바뀌고 위성도시의 출현으로 도심 공동화 현상이 진행되면서 학생수가 점차 줄어들기 시작했다. 하지만 학교측은 이를 오히려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김청옥(金淸玉)교장은 “선진국의 초등학교 교실 수준으로 학생수가 줄어드는 바람에 교육환경이 좋아졌다. 다른 지역에서 이학교로 자녀를 보내려는 학부모까지 나오고 있다”며 “21세기 우리나라 초등교육의 모델이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진영기자>eco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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