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몰예정지역 주민 피해▼
“지난 10년동안 사람답게 살아보지도 못해 수몰보상금으로 이사를 가 잘 살아볼 계획이었는데 이제 모든 게 수포로 돌아갔어요.”
동강 상류의 첫동네, 강원 정선군 정선읍 가수리 주민 유영옥(劉永玉·67)씨는 영월댐 건설계획 백지화로 그동안 눈덩이처럼 불어난 빚을 갚을 길이 막막하다며 허탈해 했다. 아들과 함께 7000여평의 밭을 붙이며 살아온 유씨는 댐 건설계획이 발표된 뒤 영농지원금이 끊기고 생활도 어려워져 그동안 진 빚만 7000만원을 넘어섰다.
유씨와 같은 피해주민들은 동강유역 3개군 17개리 520여가구 1800여명. 이들 대부분은 댐 건설계획 발표 이후 영농자금 지원이 끊겨 높은 이자의 빚을 얻어 농사를 지어왔고 일부 주민들은 보상금을 한 푼이라도 더 받기 위해 유실수를 심느라 빚이 더 늘기도 했다.
여기에다 경지가 넉넉하지 않아 남의 땅을 빌려 농사를 지어온 상당수 주민들은 97년 이 지역이 댐건설 예정지로 고시되면서 원주인들이 경지를 되찾아가는 바람에 큰 고통을 겪었다. 남의 땅 1만3000여평에 농사를 짓던 유모씨(41·영월군 남면 광덕리)는 댐 예정고시 후 땅을 주인에게 되돌려 준 뒤 남은 빚을 갚느라 전 재산이던 소 10마리를 모두 팔아 빈털터리가 됐다.
또 2만평의 밭농사를 짓고 있는 김성봉(金成鳳·49·정선군 신동읍 운치리)씨는 “보상금을 믿고 빌려쓴 빚이 현재 1억원을 넘어 정든 땅을 내놓고 고향을 떠나야 할 형편”이라며 허탈해 했다.
수몰지역주민대책위 이영석(李榮錫·38)위원장은 “정부가 애초 실현성이 없으면 조기에 중단해야지 왜 시간을 끌다 백지화해 주민들의 삶에 엄청난 상처를 주는지 모르겠다”고 정부의 ‘갈팡질팡 정책’을 비난했다.
이런 피해와 함께 영월댐 수몰예정지 주민들이 가장 가슴 아파하는 대목은 졸지에 서로 등을 돌린 이웃끼리의 반목. 댐 건설이 발표되면서 동강을 끼고 조상대대로 오순도순 지내왔던 주민들은 보상금 등 금전문제와 함께 댐건설에 대한 찬반입장이 엇갈려 갈등만 깊어졌다는 것.
수몰예정지 주민 김모씨(60·정선군 정선읍 귤암리)는 “생존권 문제로 반목했을 뿐 달리 무슨 감정이 있겠느냐”며 “정부의 원만한 보상이 이뤄지고 시간이 지나면 잊혀지지 않겠느냐”고 말하면서도 그동안의 갈등에 씁쓸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영월댐백지화 3개군투쟁위 김광은(金光銀·37)사무국장도 “정부의 정책을 반대했을 뿐이지 이웃 주민들을 왜 미워하겠느냐”며 “댐 건설이 백지화된 만큼 10여년 동안 온갖 고통을 겪어온 수몰예정지역 주민들을 돕는데 적극 나서겠다”고 말했다.
▼파괴된 자연환경▼
정부의 ‘오락가락 행정’으로 동강의 자연석과 희귀식물도 엄청난 피해를 보았다.
영월군은 97년 일부 업자에게 영월읍 거운리 동강 하류의 자연석 채취허가를 내줘 이 일대 자연석 수백t이 실려나간 뒤 이제는 큰 바위를 찾아볼 수 없는 평범한 하천으로 변해 버렸다. 또 자연석 운반을 위해 설치했던 20m의 교량은 끊겨진 채 내버려져 동강의 비경을 좀먹고 있다.
또 동강유역 곳곳에서 자생하는 돌단풍 비비추 동강할미꽃 등 희귀식물 상당수가 외지인들에 의해 마구 채취돼 보호대책이 마련되지 않으면 멸종될 위기에 처했다. 지난달초에는 가수리마을 앞길에서 비비추를 불법으로 반출하려던 관광객들이 주민들에게 발견돼 항의를 받았으며 심지어 관광객과 주민 사이에 심한 몸싸움까지 벌어지기도 했다.
이밖에 최근 큰 인기를 끌고 있는 래프팅(급류타기)과 탐조행사도 민물고기 산란처와 조류 서식지 등을 훼손시키고 있다. 지난해 여름에는 래프팅이 극성을 부리자 하류에 서식하던 파랑새와 수달 등이 상류로 피신하는 일이 빚어졌다는 게 이곳 환경관계자들의 얘기다.
<영월〓최창순기자> cscho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