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붕괴 실태]학생 1백중 7명 "꾸짖는 교사 신고"

  • 입력 2000년 6월 11일 18시 46분


‘엄청나게 많은 가출 아이들, 이제 4명째 제적…. 출석부가 너무 지저분하다. 거의 매일 결석 지각 조퇴 수업빼먹기…. 우리반에서 유기 무기정학 받은 날짜를 다 합치면 50일은 넘을 걸…. 정말 미칠 지경이다’(PC통신에 올린 한 교사의 글).

교사 중고생 10명중 7, 8명이 학교붕괴로 심각한 좌절감을 느끼고 있으며 학생 100명중 7명은 문제행동을 꾸짖는 교사에게 ‘112에 신고하겠다’고 응답한 것으로 11일 나타났다.

이는 교육부가 한국청소년개발원에 의뢰해 전국 중고생 2243명, 교사 21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학교붕괴 실태 및 대책 연구’라는 정책과제연구에서 밝혀졌다.

‘당신이 속한 학교에 붕괴 현상이 있느냐’는 질문에 교사 87%, 학생 71%가 ‘그렇다’고 대답했고 이중 교사 90%, 학생 72%는 붕괴현상이 앞으로 더 심해질 것이라고 응답했다. 학교붕괴의 원인으로 교사 58%가 ‘교육부의 부적절한 교육정책’을 들었으며 학생들은 ‘학생과 어른의 생각이 너무 다르기 때문’(52%) ‘학교가 융통성이 없고 활동이 다양하지 못하다’(46%)고 대답했다.

수업중 학생들이 하는 행동은 편지쓰기, 만화책보기, 잡담, 잠자기, 휴대전화 만지기 등. 이는 중소도시나 읍면지역 보다 정보화가 빠른 대도시, 인문계보다 실업계고교, 사립보다 공립에서 더 심한 것으로 분석됐다.

이 때문에 교사 88%가 수업에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대답했다. 실제 가르치는 시간은 20분 이하 12%, 20∼30분 이하 40% 등 절반 이상이 수업시간이 30분도 못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교사가 생활지도때 문제행동을 지적하면 ‘112 신고 등 법적 대응하겠다’는 대답이 7%였다. 교사를 때리거나 협박(3.3%), 눈을 흘기거나 욕설(29.1%) 등 극단적인 대답도 나왔다.

학교붕괴 현장을 고발한 ‘학교종이 땡땡땡’의 저자 김혜련(金惠蓮·고교 교사)는 “학교환경의 틀이 엄청나게 변화하는데도 아직도 19세기적인 대처를 하고 있는 것은 교사 학생 모두에게 큰 비극”이라며 “공교육 투자와 평준화제도 보완으로 학생들의 다양한 특성을 반영할 수 있는 학교체계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학교붕괴는 교사의 긍지를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해 62.4%가 ‘가르치는 보람이 없어 학교를 그만두고 싶다’고 대답했다.

해결방안으로 교사들은 46%가 ‘학생들에게 엄한 규제를 가해야 한다’는 의견을 보였으며 학생 82%는 ‘학생들도 참여해 교칙을 현실적으로 고쳐야 한다’고 대답했다.

<이인철기자>inchu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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