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추적]영종-용유도 철책증설 시민단체-軍 공방

  • 입력 2000년 6월 12일 19시 37분


인천시민들에게 ‘바다는 그림의 떡’이다. 바다가 눈앞에 있지만 갈 수 없기 때문이다. 인천 도심의 해안선 65.3㎞의 대부분이 해안경계용 철조망으로 철통같이 둘러쳐져 있어 시민들은 배를 타고 섬으로 나가야만 시원한 바닷바람을 맞을 수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최근 군 당국이 인천국제공항이 들어서는 영종도와 용유도 전체 해안 61㎞의 77%인 47㎞에 철조망을 올해말까지 새로 설치할 계획을 세우자 인천의 시민단체들이 27일 공개 토론회를 열기로 하는 등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수도권 실태▼

인천 연수지구에 사는 김정호씨(43·회사원)는 4월에 개방된 송도 앞바다 아암도 1.2㎞ 해안가를 퇴근 후 가족과 함께 찾았지만 이미 닫혀 있어 발길을 돌릴 수 밖에 없었다. 1995년 3∼4개월 간 24시간 개방됐던 아암도 해변은 당시 잡상인들이 들끊자 폐쇄됐고 일출 후부터 일몰 전까지만 시민 출입을 허용하는 조건으로 최근 다시 ‘쪽문’을 열었던 것. 김씨는 “서해 낙조와 밤바다를 구경할 수 없는 해변이 무슨 소용이 있느냐”며 불만을 터뜨렸다.

인천 도심 65.3㎞ 해안선의 73%인 47.4㎞에 철조망이 쳐져 있으며 나머지 17.9㎞도 인천항 남항 연안부두 등 항만시설 지역이어서 일반인이 접근할 수 없는 곳이 대부분이다. 경기도의 336.1㎞ 해안선 90% 이상도 철조망이 가리고 있다.

수도권 주민들이 다가갈 수 있는 도심권 바닷가는 △인천 월미도 문화의 거리 1㎞ △인천 소래포구와 맞은 편 경기 월곶 매립지 일대 2㎞ △경기 시흥시 오이도 신이주단지 2㎞ △경기 평택항 주변 1㎞ 등이다. 그러나 일반인에게 개방된 이 곳들조차 축대와 난간이 설치됐거나 지저분한 어항시설이 들어서 있어 일반인의 접근이 쉽지 않다.

▼추가설치 공방▼

인천시는 최근 육군 모부대로부터 영종 용유도 해안선에 철책선 설치공사를 7, 8월경에 시작할 예정이라고 통보받았다. 부대 관계자가 인천시 측에 “국가 안보 차원에서 인천국제공항의 외곽경비를 위해 주변 해안의 철책선 설치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전했다는 것. 이에 따라 용유도와 인근 무의도 해변 213만평에 국제종합관광단지를 조성할 계획인 인천시는 해안철책선으로 외자유치에 차질을 빚지 않을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시는 인천국제공항을 찾는 외국관광객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할 수 있는 철책선 대신 첨단 보안경비시설을 설치해줄 것을 중앙정부에 요구하고 있다.

시 관계자는 “무인카메라, 적외선 감지기, 초음파 감지기 등을 해변에 설치할 경우 1㎞당 1억원 정도밖에 들지 않는다”면서 “이는 군 당국이 영종 용유도 해변의 철책선 설치비로 책정한 400억원의 10분 1에 불과한 비용”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군 부대 측은 “이들 첨단 보안장비는 철책선의 보완기능에 불과하고 대체 시스템으로는 적절치 못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부터 철책선 철거 및 바다되찾기 운동을 벌이고 있는 인천 경제정의실천시민운동연합과 인천환경운동연합 등 시민단체들은 영종도와 용유도에서의 철책선 설치를 그냥 두고보지는 않겠다는 입장. 인천 연수지역 12개 시민단체들로 구성된 ‘연수구 시민단체 연대회의’ 대표인 박상문(朴商文·41)씨는 “첨단시설 도입을 외면한 채 흉물스러운 철책선에만 의지하는 군 부대 방위개념은 시대착오적인 발상”이라고 꼬집었다.

<인천〓박희제기자>min0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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