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국민은 벌어들인 소득 이상으로 소비를 많이 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은 14일 ‘1·4분기 국민소득 추계결과’를 통해 1∼3월중 실질 국민총소득(GNI)은 95조4824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6.5% 증가했다고 밝혔다. 이는 같은 기간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12.8% 성장한 것과 비교하면 절반 가량으로 실질 국민총소득과 실질 국민총생산의 격차가 이처럼 크게 벌어진 것은 사상 처음이다. 이는 국민이 소비하거나 투자할 수 있는 재원이 사실상 감소하게 됐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이렇게 된 데는 수출에 상당 부분 의존하는 우리 경제상황에서 교역조건이 크게 악화된 요인이 가장 컸다. 실제 지난 1·4분기 교역조건지수는 76.7을 기록해 90년대 들어 가장 크게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즉 100개의 상품을 수출했을 때 그 돈으로 살 수 있는 수입품은 76개에 불과하다는 뜻. 이에 따라 1∼3월 무역거래에서 실제 손실을 본 금액은 12조9939억원으로 지난해 전체 연간손실액 31조9566억원의 3분의 1을 훨씬 넘는다. 한은 정정호(鄭政鎬)경제통계국장은 “교역조건이 나빠짐에 따라 우리나라 국민이 손해보는 금액만큼 해외에서 득을 보게 되는 것”이라며 “국내 경기상승의 과실이 해외로 유출되고 있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LG경제연구원 이근태(李根泰)책임연구원은 “이번 통계결과는 실제 경제성장이 소비자의 구매력 증가로 이어지지 않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며 “결국 12%의 경제성장률이 다소 과장됐으며 이를 두고 경기과열로 판단하기는 어렵다는 점을 시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국민이 최종적으로 소비할 수 있는 소득을 나타내는 국민총가처분소득 증가율은 1∼3월 12.5%를 기록했으나 민간소비지출 증가율은 13.0%로 이보다 높았다. 즉 소득이 늘어나는 속도보다 지출이 늘어나는 속도가 더 빨랐다는 것을 뜻한다.
<박현진기자>witnes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