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北출신 수행 기업인-의사 3명 이산가족 만나

  • 입력 2000년 6월 15일 19시 29분


‘언제 오려나. 얼굴은 알아볼 수 있을까.’

14일 밤12시경 ‘남북공동선언’이 발표돼 한반도가 온통 흥분에 휩싸여 있던 시각. 이산가족 기업인 자격으로 방북한 장치혁(張致赫·68·고합 회장)전경련 남북경협위원장, 강성모(姜聖模·67)린나이코리아 회장, 백낙환(白樂晥·74)인제학원 이사장 등 세명의 노기업인들은 곧 상봉할 북녘 혈육들을 자기 호텔방에서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었다.

평북 영변이 고향인 장위원장은 평소 북한 출신 기업인들을 중심으로 ‘고향투자사업 협의회’를 결성해 ‘망향(望鄕)의 허전함’을 달래왔다.

강회장의 고향은 함경남도 북청. 46년 13세 나이로 월남했고 현재 이북에는 사촌 등 친척들이 많이 남아 있다. 백이사장은 평북 정주 출신.

이들 3명은 상봉 시간이 오후 4시반경으로 예정됐다가 밤12시경에야 만남이 이뤄져 7시간이상을 기다리며 마음을 조였다.

다만 이들의 만남은 취재진에게 일절 알리지 않은 채 비밀리에 진행됐다.

백이사장이 5촌 조카 2명을 만났다는 사실만 알려졌을 뿐 장위원장과 강회장의 구체적인 상봉 내용은 15일 오후까지도 파악되지 않고 있다.

남북양측은 이번 정상회담 기간중 방북단의 가족상봉 등은 추진하지 않기로 암묵합의했으나 북측은 이날 상봉을 적극 주선함으로써 ‘이산가족 상봉’과 ‘고향 투자’ 연계 방안에 대한 관심을 은근히 드러냈다는 게 정부 관계자의 해석이다.

그동안 방북한 우리측 회담 대표 중에서 이처럼 사전약속 없는 비공개 상봉을 한 경우가 종종 있었다. 북측은 90년 10월 평양 고위급회담 때도 강영훈(姜英勳·현 세종연구소 이사장)수석대표와 임동원(林東源·현 국정원장)대표의 숙소에 예고없이 북한의 가족을 들여보내 ‘깜짝 상봉’을 연출했었다.

<평양〓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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