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김대중(金大中)대통령과 김정일(金正日)국방위원장이 ‘비전향 장기수 문제 해결’을 합의했다는 소식을 전해들은 전국의 비전향 장기수들은 들뜬 마음을 가라앉히지 못했다.
이들은 이날 이른 아침부터 지인과 종교, 인권단체 관계자들로부터 걸려오는 축하 전화를 받을 때마다 “정말 8월15일에 북한으로 송환되느냐”고 확인에 확인을 거듭했다.
서울 관악구 봉천동 ‘만남의 집’에 살고 있는 김석형씨(87·30년 복역)는 “하루라도 빨리 고향에 가 세 살 때 헤어진 막내아들과 아내를 만나고 싶다”며 울먹였다. 지난해 12월 출감한 손성모씨(72·30년 복역)는 “우리의 북한 송환이 단초가 돼 전 국민이 자유롭게 남북을 왕래할 수 있게 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비전향 장기수 4명이 거주하는 광주 북구 두암동 ‘통일의 집’도 이날 하루종일 들뜬 분위기였다. 이곳에 사는 이경찬씨(65)는 “개성에 있는 가족들을 만날 수 있게 되다니 더 이상 바랄 것이 없다”며 “이산가족 상봉문제가 합의대로 실천되려면 모든 국민의 전폭적인 지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부산 사하구 괴정동의 한 양로원에서 생활하고 있는 비전향 장기수 박문재씨(78)는 “지금까지 남북간 합의사항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지만 이번엔 정상끼리 합의한 만큼 반드시 실현되리라 믿는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해 12월 민가협 천주교 장기수 가족후원회 등 종교 인권단체들이 주축이 돼 구성된 ‘비전향 장기수 송환추진위원회’에 따르면 생존 장기수는 모두 88명. 이 가운데 북송을 희망하는 사람은 58명이다.
<이명건기자>gun4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