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김대통령이 “8월15일 100명 규모의 이산가족이 상봉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밝힌 것처럼 이번 적십자회담에서 이산가족 고향방문단 구성에 남북이 합의하는 데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가 중점을 두는 것은 이산가족 상봉의 정례화. 정부는 이산가족 상봉의 정례화를 위해서는 남북적십자 본회담의 재개가 가장 효과적이라고 보고 있다.
남북적십자 본회담은 72년 7·4공동성명을 전후해 25차례의 예비회담을 거쳐 72년 8월 시작됐지만 85년 12월 10차 본회담 이후 중단된 상태. 그러나 남북은 그동안의 회담에서 이산가족의 생사확인, 상봉, 재결합까지를 의제로 합의했었다.
정부는 이번 적십자회담을 본회담으로 이어가는 징검다리로 삼는 한편 남북간에 이미 이뤄진 의제에 대한 합의가 실천으로 옮겨지도록 하는 데 주력할 계획이다.
그러나 걸림돌은 있다. 북측이 이 문제에 전향적 태도를 보인 것은 틀림없지만 여전히 ‘정치적 차원’에서 접근하려는 자세에는 변함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비전향장기수 송환문제가 새롭게 제기된 점도 주목된다.
김대통령은 ‘선(先)이산가족 상봉’ ‘후(後)비전향장기수 송환’이라는 방안을 제시하면서 양자가 연계되는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그러나 6·15 공동선언에는 이 문제가 이산가족문제와 나란히 명시돼 있다.
즉 선후의 문제가 있을지는 몰라도 어떤 형태로든 남측이 성의를 보여야 하는 상황인 것만은 분명하다.
더욱이 이산가족 상봉을 한 차례로 끝내지 않고 정례적으로 이뤄지도록 하겠다는 것이 정부의 생각이고 보면 비전향장기수 송환문제에 대해 보다 전향적인 태도를 보여야만 한다.
결국 적십자회담에서 남북이 이 문제를 어떻게 슬기롭게 넘어가느냐에 따라 이산가족 상봉은 물론 향후 공동선언의 이행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하겠다.
<김영식기자>spea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