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물다양성의 파괴가 인간에게 주는 교훈과 사례는 한두개가 아니다.
그중 가장 생생한 예가 1884년의 ‘아일랜드 감자 대기근’사태. 당시 아일랜드에서는 생산성 향상을 위해 유전적으로 균일한 씨감자를 밭에 심었다. 이 감자에 잎마름병이 침입해 감자가 전멸하면서 100만명 이상이 기아로 죽어갔다.
미국에 아일랜드계 이민이 많은 것도 이 사태로 인해 아일랜드인들이 고향을 등지면서 시작된 일이다.
그후 한동안 감자의 잎마름병은 살균제로 해결됐으나 1980년대 중반부터 살균제에 내성이 있는 균주가 생겨나 1990년대에는 세계의 감자 수확량을 15%나 감소시켰다.
다양한 생물은 식량공급이라는 측면 이외에 의약품의 원재료로서 인간의 건강을 지켜주고 있다.
진통제의 대명사 아스피린이 유럽버드나무와 약용식물의 화합물이라는 것을 생각해보면 쉽게 이해가 갈 일.
이처럼 생물다양성은 인간에게 보이지 않는 많은 혜택을 주고 있지만 인간은 그것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생물다양성을 지키기 위해서는 인간이 자연을 지배하는 가치관에서 벗어나 자연과 공존해야 한다는 가치관의 전환이 시급하다. 그리고 그 방법은 생물이 진화해온 서식지와 생태계를 그대로 보호하는 길 이외에는 아무 것도 없다.
김재현(건국대 산림자원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