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는 전국 414개 응급의료기관을 비롯해 국공립병원 보건소 한방병의원 등을 활용한 비상진료체계를 이날부터 가동해 진료공백을 최소화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국립의료원과 보라매병원 등 국공립병원 44곳과 공공보건의료기관(보건소 243곳, 보건지소 1272곳, 보건진료소 1932곳)은 비상진료체계가 가동된다. 그러나 이들 병원의 전공의들도 진료 거부를 결의해 정상적으로 진료가 이뤄질지는 다소 불투명하다.
총 7700병상에 달하는 전국 21개 군병원 역시 민간인에 대해 24시간 비상진료를 하게 되며 전공의가 없는 중소병원 800여곳 중 상당수는 정상진료를 하게 될 전망이다. 안내는 응급환자 정보센터 1339번에서 받으면 된다.
또 전국 280개 대형병원을 포함한 414개 응급의료기관들도 응급진료 부문은 정상진료가 이뤄진다. 이 밖에 전국 115개 한방병원과 6500여개 한의원, 1만9000여개 약국들은 오후 10시까지 연장근무한다.
서울시 부산시 등 각 시도도 18일 각각 비상대책상황실을 마련했으며 시군구별로 상황실을 가동했다. 서울시는 우선 각 관내 의사회와 병원협회를 상대로 무단 휴폐업을 자제토록 설득에 나서는 한편 집단적인 폐업계 접수는 거부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또 집단폐업이 강행될 경우 이용할 수 있는 응급진료기관을 소개하는 안내문을 제작해 배포하기로 했다.
각 시도는 집단폐업에 참가하는 병의원에 대해서는 즉각적인 업무개시 명령과 함께 구청장 명의의 공문을 보내는 등 조속한 정상화를 촉구하고 이에 불응할 경우 해당 병의원에 대해 업무정지나 자격정지 등 강력한 행정조치를 내리기로 했다.
<정성희·윤상호기자>shchung@donga.com
▼'의료대란' 왜 일어났나?▼
의약분업은 국내에 서양의학이 도입된 지 100여년만에 맞는 큰 변화이다.
의사와 약사가 진료도 하고 약도 지어주는 관행을 바꿔 의사는 진료만, 약사는 조제만 담당하게 하는 의료문화의 대변화. 그래서 ‘혁명’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국민을 다소 불편하게 해서라도 약물 오남용과 불필요한 의료비를 줄이자는 의약분업은 누구도 그 취지를 부정할 수 없는 의료 개혁이다. 당초 의사와 약사 모두가 의약분업에 미온적이었지만 의사들이 뒤늦게 ‘서구식 완전 의약분업’을 주장하는 것도 이같은 맥락에서다.
현재의 의약분업안은 지난해 5월 10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등 시민단체의 중재로 의사와 약사단체가 합의문에 서명한 사항이다. 이 합의가 파국으로 치닫게 된 것은 작년 정부가 의약품 실거래가 상환제를 도입하자 동네의원을 중심으로 수익에 타격을 받게 된 의사들이 정부의 분업안에 반대하고 나섰기 때문.
정부는 의사들의 목소리를 집단이기주의 정도로만 여기고 의료계의 요구에 안이하게 대처, 이런 사태를 불러왔다. “의보수가 몇푼 올려 받자고 이러는 것이 아니다. 의사들의 자존심의 문제다”라는 한 의사의 말이 이를 잘 대변해주고 있다. 이와 관련, 의협은 의약분업과 관련해 의약품 재분류, 약사의 대체조제 금지 및 의료보험 수가 인상 등을 요구해 왔으며 이 과정에서 몇차례 집단휴진을 벌이기도 했다.
현재로선 정부와 의료계 양측의 입장 변화가 없는 한 사상 최악의 의료대란은 불가피해 보인다. 정부는 18일 분업을 우선 시행한후 평가단을 만들어 나중에 보완하자는 안을 내놓았지만 의사들은 대통령이 긴급명령권을 발동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대통령이 초법적 권한을 발동해 분업을 연기하라는 것이다.
그러나 법으로 시행날짜까지 못박힌 분업을 정부가 연기할 경우 약사와 시민단체의 반발은 물론이고 향후 정부가 추진하는 모든 개혁정책의 기조가 근본부터 흔들리게 된다는 우려 때문에 정부로서는 의사의 주장을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정부는 이번에 의약분업을 시행하지 못할 경우 의약분업은 우리나라에서는 완전히 물건너 갈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결국 눈앞에 닥친 파국을 막기 위해서는 의료계는 ‘모 아니면 도’식의 투쟁방식을 버리고 정부도 이번 사태는 의료계에 쌓이고 쌓인 불만이 터진 것이라는 인식하에 보다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는 것외에 방법이 없다.
<송상근기자>songmoon@donga.com
▼이번엔 약사들도 강력 반발…정부상대 손배소 준비▼
정부의 의약분업 수정안에 대해 그간 의약분업을 준비해온 약사들이 강력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대한약사회는 18일 오후 비상 상임이사회를 열고 “원칙 고수 약속을 저버린 정부를 더 이상 신뢰할 수 없다”며 대한약사회 상임이사진 총사퇴와 정부를 상대로 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에 착수할 것을 선언했다.
대한약사회 신현창(申鉉昌)사무총장은 “지금까지 약사들은 의약분업의 원칙을 지키겠다는 정부의 약속 하나만 믿었으나 주사제 예외조치는 원칙을 훼손하는 것으로 묵과할 수 없다”며 “정부 대책발표 이후 대한약사회 사무실에 ‘복지부에 기만당했다’는 약사들의 항의전화가 빗발치고 있다”고 전했다.
약국별로 수천만원씩 투자해 의약분업에 대비해온 약사들로서는 지금 와서 원칙에서 벗어난 의약분업을 할 수도, 안할 수도 없다는 것이다.
약사회는 20일로 예정된 200명 규모의 전체 이사회에서 분업에 대한 최종 방침을 정할 예정이지만 최악의 경우 의약분업 포기 선언까지 나올 것으로 보인다.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건약)도 18일 성명을 내고 △국민부담 가중시키는 6월16일 의료보험수가 인상조치 철회 △의료기관 경영 투명성 확보조치 이행 △의약분업 정책 혼선을 야기하는 주사제 예외조치 철회 등을 주장했다.
건약 강봉주(姜奉珠)회장은 “우리나라 주사제 사용률이 56.6%이고 약제비의 30%를 주사비가 차지하는 현실에서 정부의 조치는 더 많은 주사제 오남용을 부를 수 있다”며 “우는 아이에게만 떡 하나 더 준다는 식의 정책으로는 아무것도 해결할 수 없다”고 분개했다.
<서영아기자>sy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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