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들이 경험하는 사이버 공간은 자신에게 스스로의 모습을 바꿀 수 있는 자유와 능력이 있다는 것을 인식하게 만들기 때문”이라는 것이 심리학자들의 대답이다.
17일 서울 서부교육청에서 동아일보 후원으로 발달심리학회 2000년도 춘계심포지엄이 열렸다. ‘N세대의 새로운 행동 패러다임’이라는 주제 아래 진행된 이번 심포지엄에서는 사이버시대를 맞아 변화하는 청소년들의 도덕관과 ‘왕따’문제 등 사회적 행동이 활발히 논의됐다.
연세대 황상민교수(심리학과)는 ‘사이버 공간의 경험과 청소년의 사회행동의 변화’라는 주제발표에서 “최근 청소년들은 익명성이 보장되는 사이버 공간의 경험을 통해 자신을 하나가 아닌 다양한 정체성으로 표현하고 만남이 이뤄지는 상황에 따라 모습을 바꾸는 ‘복합 정체성’을 발달시키고 있다”고 밝혔다.
황교수는 또 “기성세대가 ‘카오스 세대’라고 표현할만큼 사이버 시대의 청소년들의 행동이 예측할 수 없고 멋대로인 것 같지만 실은 남들과 같이 만들어가는 대중적 유행의 문화 속에서 자기 만의 독특성을 만들어간다는 일정한 ‘정체성’을 갖춰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N세대와 사이버공간’이라는 주제로 발표한 한국청소년상담원 임은미교수는 “최근 PC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청소년들 가운데 ‘사이버 중독현상’을 보이는 사례가 늘고 있으며 학업태만, 등교거부, 시간관리능력 파괴 등의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임교수는 “사이버 중독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가정에서 PC를 거실과 같은 ‘공적인 공간’에 놓고 청소년들이 스스로 과도하게 몰입한 것은 아닌지 확인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교실 이야기, 교실에서의 사회적 관계’를 발표한 오산대 곽금주교수(유아교육학과)는 “한국의 학교에서 벌어지는 ‘따돌림’현상은 여러명 또는 특정집단에서 따돌림을 당하는 특징을 갖고 있으며 공개적인 형태로 진행되는 것이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곽교수는 “또래 집단에서 무시, 배척당하는 경우 학교친구가 아니라 동네친구, 학원친구, 사이버 공간에서의 친구 등과 교류함으로써 학교생활의 부적응 수준을 낮출 수 있으며 교사는 평소 전체 학생을 대상으로 한 예방차원의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중현기자>sanjuc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