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진단]인천 청동기 유적지 "보존이냐 이전이냐"

  • 입력 2000년 6월 20일 02시 19분


서울 풍납토성 훼손사건을 계기로 유적지 보존의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인천 문학경기장 건설현장 부근에서도 청동기 유적지가 나와 보존 여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인하대 박물관팀(팀장 서영대·徐永大)은 인천시로부터 용역을 의뢰받아 인천 연수구 선학동 산 5의1 일대 1000여평에 대해 4월26일부터 유적지 정밀 발굴조사를 벌여 오고 있다. 이 곳에선 1∼3월 인하대 박물관팀의 1차 발굴조사 결과 유구(遺構)가 발견되고 유구 내부에서 무문토기 조각과 타날문토기 조각 등이 잇따라 발견됐다. 조사단은 이 곳이 청동기시대에서 백제시대 사이의 유적지로 추정하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이 일대 유적지가 2002년 월드컵 축구대회를 위해 내년 11월 완공 목표로 건설 중인 인천 문학경기장 입구에 위치하고 있어 원형 그대로 보존하는데 많은 어려움이 있다는 점. 그렇다고 유적지를 없애고 유물들만 제3의 장소로 이전한다면 인천지역의 유일한 청동기 유적지를 훼손했다는 학계의 반발을 살 수 있기 때문에 인천시 입장에서는 뚜렷한 대안을 갖고 있지 못한 상태다.

인천시는 정밀 발굴조사가 끝나는 8월말경 이 곳이 역사적으로 보존할 가치가 있는 유적지로 판명될 경우 원형 보존과 유물 이전 등 2개 방안을 놓고 고고학계 전문가들과의 논의를 통해 최종안을 선택한다는 방침이다. 문학경기장 사업주체인 인천시종합건설본부는 유적 발굴터 부분을 제외하고 정상적으로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인천시 관계자는 “현재로선 아직 이 곳이 역사적으로 보존할만한 가치가 있는 유적지로 검증되지 않았기 때문에 보존 여부를 결정하기 이르다”고 말했다. 윤용구(尹龍九)인하대 박물관학예연구사는 “8월말경 발굴작업이 모두 완료되면 문화재청과 교수,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선학동 청동기유적 지도위원회’를 열어 보존지구 지정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인천〓박정규기자>jangkung@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