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남구 J중학교는 최근 광주남부경찰서에 학교장 명의로 ‘유리창 파손 적발 수사의뢰서’라는 공문을 보냈다.
이 학교가 사소한 유리창 파손사건에 대해 수사를 의뢰한 것은 14일 학생부장 정모씨(52)등 교사 2명이 학생을 체벌한 혐의로 형사입건된 뒤 교사와 학생간에 불신의 벽이 높아졌기 때문.
정교사 등은 올들어 3월초부터 40여차례에 걸쳐 교내 유리창 100여장이 깨져 조사를 벌이던 중 1일 2학년 A군(14)이 유리창 2장을 깬 사실을 밝혀내고 이를 추궁하는 과정에서 빗자루 등으로 체벌한 사실이 학생들에 의해 광주시교육청 인터넷 홈페이지에 띄워졌다.
정교사 등은 결국 경찰의 조사를 받고 폭력혐의로 불구속입건됐다. 그러나 학교측은 그후에도 교내 유리창이 계속 파손되는 등 피해가 잇따르자 교무회의를 통해 경찰에 수사를 요청하기로 결정했다.
이 학교 정모교장은 “교사들이 학생지도에 한계를 느끼는데다 일부 교사는 2학기에 다른 학교로 전출가겠다고 하는 등 학교 분위기가 엉망이 됐다”며 “수사의뢰서를 보낸 것은 해당학생을 처벌해 달라는게 아니라 실추된 교권을 회복하기 위한 상징적 조치”라고 말했다.
전교조 광주지부 송선종부위원장(48)은 “체벌행위는 온당치 않은 일지만 요즘 교사들이 학교 현장에서 학생을 지도하는데 어려움이 많은 것은 사실”이라며 “이번 일은 황폐해진 교육현장을 상징적으로 드러낸 사건”이라고 말했다.
<광주=정승호기자>shj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