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대란]대통령 주치의 연세대 허갑범교수의 고뇌

  • 입력 2000년 6월 24일 01시 45분


23일 전국의 의대 교수들이 정부의 의약분업안에 반발, 집단 사퇴했으나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주치의인 연세대 의대 허갑범(63·許甲範·내과·사진)교수는 사표를 내지 않았다.

“같은 의사로서 의약분업에 대해 할 말이 없지 않지만 대통령을 모시고 있는 입장에서 (그 분에게) 부담을 드릴 수는 없는 것 아니냐.”

대통령 주치의로서 정부가 주요 정책으로 추진하는 의약분업안에 반대하는 행동을 취하기 어려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허교수는 22일부터 의대 교수들이 가운을 벗고 사직서를 쓰는 모습을 언론을 통해 지켜보면서 착잡한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는 것. 그러나 그는 앞으로도 사표를 쓰지 않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했다.

허교수는 “내 처지를 이해하는지 동료 교수들도 결코 사표 제출을 종용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연세대 의대 교수들은 ‘정부가 의사들의 요구 사항을 수용하지 않은 채 의약분업을 강행하는데 항의한다’며 23일 일제히 사직서를 써 학교측에 제출했다.

허교수는 파국으로 치닫는 의료대란과 관련해 “의사들의 목소리를 왜곡 없이 들어주는 노력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승헌기자> dd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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