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약국이용 변화]응급-입원환자 약은 의사가 조제

  • 입력 2000년 6월 25일 19시 41분


《의료계의 집단폐업 등 우여곡절 끝에 7월1일 의약분업이 시작된다. 의료대란으로 분업 준비가 소홀했던데다 이번에는 약사들의 반발이 새 변수로 등장해 앞날이 밝지만은 않다. 의약분업은 그동안의 의료관행을 일거에 바꾸는 제도로 소비자는 물론 병의원 약국에서도 많은 것이 달라지게 된다》

회사원 전모씨(40). 아침부터 위가 쓰려 출근길에 약국을 찾았다. 증상을 설명하자 약사는 “먼저 병원이나 의원에 가보라”고 말했다.

“바쁜데 언제 병원에 갑니까. 전에 먹던 위장약을 주세요.” 전씨가 요구했지만 약사는 “술 때문에 속이 쓰리기도 하겠지만 치료가 필요한 위염이나 더 심한 증상일 수 있다”고 말했다.

전씨는 회사 근처 의원에서 진료를 받았다. 2∼3개월간 꾸준히 치료를 받아야 하는 위염증세. 의사가 써준 처방전은 집 근처 약국에 팩스로 전달됐고 전씨는 퇴근 뒤 이를 받았다.

그동안은 병의원이나 약국 중 어느 곳에서도 약을 구하는 게 가능했지만 의약분업이 실시되는 7월 1일부터는 달라진다. 의약분업에 따라 병의원은 진료만 하고 약은 의사가 만들어준 처방전을 들고 약국에서 받아야 한다.

지금까지는 한번이면 됐는데 먼저 병의원에 갔다가 다시 약국을 찾는 등 두번 움직여야 하니 국민 입장에선 혼란과 불편함을 느낄 수밖에 없다. 하루종일 생업에 매달려야 하는 영세민이나 몸이 불편한 노인들은 더욱 그렇다.

관상동맥협착증으로 신촌 세브란스병원에서 15년째 진료를 받고 있는 김명중씨(84·경기 고양시 덕양구)는 “수술하지 않고 지금까지 약으로 버텨왔는데 세브란스병원 앞에는 약국이 한 곳도 없다”며 약구입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약사에 대한 감시감독이 소홀할 경우 임의조제가 성행할 것이라는 걱정도 있다.

정부가 의약분업을 실시하는 가장 큰 목적은 약물 오남용 방지다. 한국은 약물 오남용이 심각한 국가다. 폐렴균에다 항생제(페니실린)를 투여해서 균이 죽지 않을 확률이 선진국보다 5∼7배 높다. 약을 많이 쓰니 당연히 약값도 늘어난다. 우리 국민이 지출하는 의료비중 30%는 약값으로 선진국의 10∼15%보다 높은 수준이다.

그동안 의료보험수가가 진료 원가의 65%수준밖에 안됐던 병의원은 약값 마진으로 수입을 보충할 수밖에 없었고 이 과정에서 환자에게 필요 이상의 약을 지어주는 경우가 많았다. 약국도 아무 규제없이 많은 약을 팔아 수익을 올렸다.

보건복지부는 의약분업은 약을 좋아하는 관행 때문에, 또 병의원과 약국의 장삿속 때문에 약을 쉽게 지어주고 쉽게 구하는 부작용을 막자는 정책이라고 설명한다.

의약분업이 되면 달라지는 게 많다. 전문의약품은 반드시 의사의 처방전을 받은 뒤 약국에서 구입해야 한다. 소화제 감기약 해열제 등 일반의약품은 처방전 없이 약국에서 구입할 수있다. 하지만 감기약이라도 조제를 하려면 병의원에 들러야 한다. 지금까지 약국에서 구입하던 약이라도 전문의약품인 경우는 병의원에서 진료를 받고 처방전을 받아야 한다.

물론 예외도 있다. 오전 2시에 갑자기 배탈이 났다면 병원응급실에서 진료를 받고 의사가 약을 근저할 수 있다. 약사법은 응급환자 정신질환자 입원환자 전염병환자(1종) 장애인(1,2급) 등은 의사의 조제가 가능하도록 하고 있다. 약국이 한곳이라도 없는 지역의 병원은 분업대상에서 제외된다. 의사가 처방전을 팩스나 E메일을 통해 약국으로 전송할 수 있는데 이때도 뒤에 반드시 처방전 원본을 갖다줘야 한다.

복지부 안효환(安孝煥)약무식품정책과장은 “쓰레기종량제 도입 당시 혼란과 반발이 있었지만 자연스럽게 정착됐듯이 의약분업도 익숙해지면 건강에 좋고 경제적으로도 도움이 된다는 점을 알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송상근기자>songm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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