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길에 지하철 4호선 동대문운동장역에서 2호선으로 갈아타는 회사원 윤모씨(31). 환승통로를 따라 걸을 때마다 마주 오는 사람들과 몸이 툭툭 부딪치는 바람에 출근길 기분을 망치는 일이 많다. 윤씨는 “부딪친 사람끼리 서로 ‘미안하다’는 말을 하는 것을 본 적이 없다”며 “예전보다 많이 나아지긴 했지만 지하철역 통로에서 좌측통행은 아직 멀었다”고 말했다.
지하철을 이용하는 서울 시민이면 누구나 통행로에서 뒤엉키며 부대낀 경험을 갖고 있다. 아직까지 지하철역 내 보도의 좌측통행이 잘 지켜지지 않고 있는 것.
인터넷 사업차 한 달에 한 번 꼴로 일본을 방문하는 장정선(張晶善·40)씨는 “일본 도쿄의 지하철역 통로에서 승객들이 우왕좌왕하는 모습은 찾아보기 어렵다”며 “일본인들의 질서의식은 어릴 적부터 자연스럽게 몸에 밴 것 같다”고 말했다.
지하철역 내 에스컬레이터 이용도 혼란스럽기는 마찬가지. 에스컬레이터 주변 표지판에는 오른쪽에 서 있는 사람의 모습이, 왼쪽에는 발자국이 그려져 있지만 정작 이 표지판이 ‘오른쪽에는 서서 가는 사람이, 왼쪽에는 걸어가는 사람이 이용하라’는 뜻임을 아는 사람이 많지 않다. 영국 런던의 지하철역 에스컬레이터에는 ‘Stand on the right(오른쪽에 서시오)’라는 표지판이 있어 아무리 승객이 많이 몰려도 에스컬레이터 왼쪽은 반드시 비워 두고 있다. 서화진(徐和鎭·47) 일본여행센터이사는 “일본의 어느 지하철역을 둘러보아도 에스컬레이터 왼쪽에 사람들이 서 있는 경우는 거의 없다”며 “작은 것부터 하나하나 질서를 지켜나가는 일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정연욱기자>jyw1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