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5일 개최되는 임시국회에 상정할 지주회사법을 지난달 30일 국회에 제출하자 이에 대응하기 위한 은행권의 움직임도 긴박하게 돌아가고 있다.
1일 서울 보라매공원에선 금융노련 소속 4만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세 규합을 위한 대규모 집회가 열렸으며 3일엔 총파업 찬반투표, 11일 총파업 돌입 등의 일정이 잡혀 있다.
이 과정에서 벌써부터 은행측과 노조원간 물리적 충돌도 벌어졌다. 지난달 29일 주택은행의 사측이 ‘은행의 개혁조치에 따르지 않고 불만이 있는 직원들을 적극 설득하라’는 지침을 지역본부장 앞으로 발송하자 노조원들이 30일 행장실을 점거했다.
▼노조 "대규모 해고 우려"▼
▽금융지주회사, 왜 문제인가〓지난달 소개된 정부의 지주회사안은 페이퍼 컴퍼니인 지주회사를 신설, 기존 조직과 인력을 그대로 둔 채 은행의 주식을 지주회사로 옮겨 자회사로 편입한다는 것. 그러나 노조는 지주회사제도가 도입되면 대규모 해고로 이어질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금융노련의 한 관계자는 “정부는 결국 업종이 유사한 각 은행의 소매금융, 기업금융 등을 한데로 묶은 뒤 인원을 감축하려는 것”이라며 “지주회사를 해외에 매각, 은행에 투입된 공적자금을 회수하려는 의도”라고 꼬집었다.
▽팽팽한 입장 차〓정부는 은행이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대형화 겸업화를 추진할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또한 정부는 금융지주회사법이 실패할 경우 정부의 금융개혁의지 후퇴 등으로 비춰질까 부담스러워하고 있다. 노조의 반대로 금융개혁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대외신인도 하락→제2의 금융위기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에 대해 노조는 정부가 기업부실의 책임을 금융기관에 떠넘기는 것으로 본다. 은행부실의 근본원인은 관치금융에 있으며 기업부실을 방관한 정부의 책임을 이제 와서 은행에만 떠넘기고 있다는 입장이다. 최근 △채권펀드 10조원 △종금사 자금지원 등이 은행에 떠넘기는 사례라는 것이다.
▼"합병전제 아니다" 달래기▼
▽정부, 달래기에 나섰나〓“금융지주회사를 통해 공적자금 투입은행을 합병하겠다”고 공언한 이용근금융감독위원장이 6월말 “노조의 반대를 무릅쓰고 공적자금 투입은행을 강제 합병하지 않겠다”고 말을 바꾸자 은행권에서는 이위원장이 총파업을 의식, 한발 물러섰다는 분석이 나왔다.
또 이위원장은 3일 오전 서울 은행회관에서 시중은행장과 간담회를 열어 지주회사제도의 도입이 공적자금 투입은행의 합병을 대전제로 하는 것이 아니라는 정부의 의지를 노조측에 전달해달라고 요청할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의 한 관계자는 “정부와 금융노련이 비공식적인 채널을 통해 꾸준히 대화하고 있다”고 말해 극적 타결의 가능성도 남아 있다.
<이나연기자>laros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