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용인 수지2지구에 입주한 지 4개월된 주부 이상아씨(29·신정마을 상록아파트). 그는 자신의 가족이 ‘용인 난개발’의 현장에 살게 된 것을 후회하고 있다. 수원시에 살다가 둘째를 낳기 위해 친정 가까운 곳으로 왔지만 생활이 너무 불편하기 때문이다. “신도시니까 주거여건이 좋을 것으로 생각했는데 막상 이사와보니 너무 실망스러워요.”
▼쇼핑-외식은 분당까지 가야▼
인근에 공사 중인 상현, 신봉, 성복지구 등 광교산 자락을 자르고 우후죽순 들어서는 집 근처 아파트 공사 현장에는 대형 공사차량들이 쉴 새 없이 지나다닌다. 소음도 소음이지만 날리는 먼지는 베란다에 내걸어둔 세탁물을 얼룩투성이로 만들 정도로 수지일대를 뿌옇게 뒤덮고 있다.
쇼핑문제 또한 이사온 걸 후회하게 만드는 주요인. 공판장 규모의 대형 슈퍼가 고작인데 질 낮은 상품들이 비싸기만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분당에서 오는 할인점과 백화점버스를 타고 이마트 까르푸 등으로 원정쇼핑을 다녀야 한다.
외식도 마찬가지. 수지읍사무소 뒤편에 제법 규모가 갖춰진 단독택지 지역에 ‘먹자촌’이 자리잡았지만 어쩐 일인지 주차할 곳이 없다. 걸어다닐 수도 없고 결국 분당으로 갈 때가 더 많다.
이씨는 “마치 분당에 붙어 더부살이하는 느낌이에요. 인구 10만이 넘는 곳에 극장하나 없는 곳은 이곳밖에 없을 거예요. 결국 수지에서 할 수 있는 일이라곤 먹고 자는 일 외에는 없어요. 그것도 너무 불편해요”라며 불만을 토로한다.
‘수지는 기생(寄生)도시.’
한국토지공사가 조성한 수지는 수원이나 분당이 없다면 어느 것도 자체 해결할 수 없는 도시다. 아파트만 빽빽이 들어찼지 도시기반시설은 물론 생활편의시설조차 전무한 베드타운인 셈이다. 95년부터 입주를 시작한 수지 1, 2지구는 57만평 부지에 1만6000가구 7만명을 수용하고 있는 미니신도시. 여기에 죽전취락지구를 포함해 수지읍 전체 인구는 6월말 현재 11만6000명을 넘어섰다. 불과 폭 3Km, 상하 1.5Km의 좁은 공간에 연평균 인구 증가율이 무려 24.6%나 된다.
▼큰 병원-문화시설 계획도 없어▼
지금도 쇼핑센터, 대형병원, 공원, 문화레저시설 등 생활편의시설이 없지만 앞으로도 수 년 내에는 이 시설들이 들어설 가능성이 없다는 게 더 큰 문제다. 수지읍사무소 최윤식(崔允植)총무과장은 “도시기본계획에는 수원∼의왕∼서울 외곽도로와 대형 공원부지가 있긴 하지만 먼 미래의 얘기고, 다른 편의시설도 들어설 계획이 없는 것으로 안다”며 “가뜩이나 좁은 곳에 아파트만 들어서다 보니 주민들의 불편이 이만저만이 아니다”고 말했다.
<용인〓남경현기자>bibulu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