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권력은 공권력대로, 노(勞)는 노대로 대화와 타협을 통한 갈등 해결 모색보다는 우선 과잉 진압, 건물 점거 및 폭력 행사 등 물리력 동원을 앞세우는 경향이 강해지는가 하면 일부 사(使)측의 부도덕성이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는 시비도 제기되고 있어 우리 사회의 기초질서와 법의식 붕괴가 우려되는 실정이다.
이와 관련해 전문가들은 “정권의 정통성이 강화되면 갈등양상이 평화적으로 해결되는 것이 일반적 추세인데 우리의 경우 정반대의 양상이 드러나고 있다”면서 “사회의 민주화와 건강성을 이루기 위해 정부 사용자 노동자 등 갈등 주체들의 적극적인 대안 모색이 필요한 때”라고 지적하고 있다.
▼노조의 폭력행사▼
국민건강보험공단 박태영(朴泰榮)이사장 등 임원들이 5일 밝힌 내용에 따르면 사회보험(전 지역의보) 노조원 1470여명이 지난달 30일 오후 2시반경부터 서울 마포구 염리동 공단건물 전체를 점거하고 근무중이던 직원들을 몰아낸 뒤 박이사장과 임원 3명, 실장 10명을 감금했다는 것.
노조원 50여명으로 구성된 ‘결사대’가 이사장실을 점거한 가운데 김한상노조위원장은 노조원과 임원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박이사장에게 “×새끼, 싸가지 없는 ×”이라고 욕을 하면서 뺨을 때렸으며 다른 노조원들도 자신들이 만든 단체협상안에 서명하라고 요구하면서 박이사장의 옆구리를 여러 차례 구타했다고 박이사장은 밝혔다. 또 몽둥이와 쇠파이프를 든 결사대는 박이사장에게 무릎을 꿇게 하고 여러 곳의 여자화장실로 끌고 다니면서 형광등을 깨며 공포분위기를 조성한 뒤 “지금이라도 합의서에 서명하면 살려줄테니 서명하라”고 강요했으며 다른 임원들에 대해서도 머리 등 목을 때리면서 “무릎꿇어 ×새끼들아” “너희들은 죽었고 인질이야” “머리 박아, 원산폭격도 몰라”라는 등의 폭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권력의 일탈논란▼
지난달 29일 롯데호텔 노조 파업 진압과정에서의 경찰의 일탈행위는 지금까지 논란이 되고 있다.
논란의 발단은 민주노총(위원장 단병호·段炳浩)이 2일 서울 중구 명동성당에서 기자회견을 가지면서부터. 민주노총측은 “진압 전날인 28일 밤과 29일 새벽 사이 경찰이 호텔 30층 6개 객실에 대기하면서 방에 있던 양주를 마셨다”며 “29일 진압 이후 객실을 정리한 관리직원들이 176만원 상당의 양주가 사라진 것을 발견하고 전경들이 마셨다는 뜻으로 ‘전경 lost’라는 글을 영수증에 써 놓았다”고 주장의 근거를 제시했다.
민주노총 관계자는 또 “많은 호텔 노조원들이 ‘진압 당시 전경들이 술 냄새를 풍겼다’고 증언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경찰은 “30층 객실 6개 중 2개는 비어 있었고 4개는 일반인이 사용하고 있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며 “민노총의 주장은 전혀 사실무근”이라고 해명했으나 그 후 민주노총과 노조측은 경찰이 무차별 구타를 자행했다는 주장을 펴고 있어 계속 논란 중이다.
▼사측의 부도덕성 시비▼
한국여성단체연합, 한국성폭력상담소, 양대 노총 등 6개 시민단체 및 노동단체는 5일 성희롱을 당한 롯데호텔 여성노조원 183명의 진정서를 모아 신격호(辛格浩)회장과 장성원(張性元)사장에 대해 남녀차별금지법 위반으로 민사소송을 제기하고 롯데호텔을 고용평등법 위반으로 노동부에 고발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이날 서울 명동성당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롯데호텔 여성노조원 400여명을 대상으로 두차례 실시한 직장 내 성희롱 실태조사 결과 70% 이상이 성희롱을 경험했다고 밝혔다”라며 “성희롱 가해자별로 형사고발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롯데호텔노조는 지난달 29일 한길리서치와 함께 실시한 조사결과에서 △직장상사로부터 성적인 농담이나 음담패설을 들은 경우 77.2% △외모에 대한 성적인 비유 75.3% △회식 때 강제로 블루스를 출 것을 강요 72.3% △의도적인 신체접촉 46.4% △일방적 포옹 및 키스 21.1%의 응답이 나왔다고 발표했다.
▼진단 및 처방▼
고려대 강수돌(姜守乭·경영학과·노사관계학)교수는 “이해관계 충돌 때 대화와 타협을 통한 해결이 바람직하나 한국 사회는 그렇지 못하다”며 “이는 적지 않은 경우 정부나 사용자가 성실한 교섭태도를 보여주지 않은 데 원인이 있다”고 진단했다.
강교수는 “파국적인 상황을 피하기 위해서는 양측 모두 상위의 목표를 설정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사용자는 관료주의적 행태를 버려야 하며 노동자는 무조건 반대하기보다 경영자보다 나은 대안을 가지고 협상에 임하는 창의적인 태도를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림대 전상인(全相仁·사회학과)교수는 “최근 우리 사회에서 문제해결방식이 극한적인 양상을 보이는 것은 이 정부 들어 대통령이 많은 것을 직접 챙기면서 일선 실무부서의 권한이 축소돼 보이는 것이 한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송상근·김준석·최호원기자>songmoon@do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