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협, 범인도피-사기등 잇단 변호사 사고 "한숨"

  • 입력 2000년 7월 7일 18시 51분


‘이제는 원조교제까지….’

현직 변호사 임모씨(42)가 6일 여고생과 원조교제를 한 혐의로 경찰에 붙잡히자 대한변호사협회(회장 김창국·金昌國)는 곤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변협은 최근 변호사 비리가 잇따라 터져나오자 ‘변호사 징계 사례집’까지 펴내며 자정노력을 기울였다. 하지만 이번 원조교제 사건으로 변호사업계가 ‘회복 불능의 상처’를 입었다는 것이 변협의 판단.

6일 변협은 지난해 검찰의 현대증권 주가조작사건 수사 당시 현대측의 대책회의에 참석해 대응방안 등을 논의했던 변호사 3명에 대해 만장일치로 징계위원회에 회부하는 ‘강수’를 뒀다. 변협이 느끼는 위기의식의 일단이다.

하지만 이미 사안별 징계나 대책은 효과가 없다는 것이 법조계의 일반적인 분위기. 서울지검의 한 검사는 7일 “변호사 비리와 일탈의 수준은 이미 도를 넘어섰다”고 말했다.

최근 변호사가 연루된 사건들은 사안마다 그 죄질의 골이 너무 깊어 특별한 대책을 찾기 힘들다는 지적이다.

지난달 강동범(姜東範)변호사는 신흥종교단체 ‘천존회’ 회원들과 짜고 맞보증을 서는 등의 방식으로 시중 은행 등 금융기관으로부터 17억원을 대출받아 빼돌린 혐의로 검찰에 구속됐다.

또 지난달초 전모가 알려진 3900억원대 금융사기범 변인호(卞仁鎬)씨의 도주 사건엔 하영주(河寧柱)변호사가 주도적으로 개입한 것으로 드러났다. 5월말 사기혐의로 재판을 받아오던 박병일(朴炳一)변호사는 실형 확정 하루 전 미국으로 도주했다.

3월에는 13억원대의 사기 사건을 주도한 혐의로 8개월째 수배 중이던 청주의 손모 변호사가 검찰에 구속됐다.

법조인들은 변호사 비리의 주요 원인이 변호사 수의 급증에 있다고 보고 있다. 사법시험 합격자들이 97년부터 급격히 늘면서 수임사건 수가 줄어 경쟁에 시달리다 보니 ‘돈이 되는 범죄’의 유혹을 떨치지 못한다는 것. 하지만 변호사 수가 늘다 보면 도덕성에 문제가 있는 변호사도 자연히 늘 수밖에 없다는 의견도 있다.

한 변호사는 “이제는 변협의 징계 등 외부의 영향을 받아 흐트러진 분위기가 정화되기는 힘든 상태”라며 한숨을 지었다.

<이명건기자>gun4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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