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례 제정에 앞서 일본의 편의점들은 이미 몇 년 전부터 자체적으로 화장실을 개방하고 있다. 24시간 편의점 체인인 로손은 3년 전 “화장실을 빌려드립니다”라는 광고를 대대적으로 내 큰 호응을 얻었다.
서울은 어떨까.
일요일인 9일 오전, 세종문화회관 근처의 한 편의점에 들어가 화장실을 찾았다. 한 종업원은 “건물 화장실이 있지만 잠가 둔다”고 말했다. 열쇠가 없느냐고 묻자 “점장이 갖고 있는데 아직 출근하지 않아 우리도 화장실에 못가고 있다”는 대답.
인근 5호선 광화문역으로 가봤다. 교보문고 방향으로 들어갔더니 아예 역내 화장실이 없다. 화장실을 찾는 시민이 많은 탓인지 표판매 창구에 종이쪽지가 붙어 있었다. “화장실은 교보문고 화장실을 이용해 주십시오.”
지하철역 전시장 쪽에만 있는 화장실은 지하통로로 연결돼 있지 않아 반대 방향에서 온 사람들은 다시 밖으로 나가야 했다. 5분쯤 걸어 역 전시장 쪽 화장실을 찾았다. ‘당연히’ 휴지는 하나도 없었다.
‘화장실문화시민연대’가 최근 서울시민 1280명을 대상으로 공중화장실 이용 실태에 대해 조사한 결과 가장 불편한 점으로 이같은 ‘휴지 등 편의용품 미비치’가 꼽혔다. ‘인원에 비해 적은 변기’는 두번째로 많이 지적됐다.
이는 특히 여자화장실에서 두드러졌다. 국립환경연구원에 따르면 화장실 1회 사용시간은 여성 3분, 남성 1분24초. 현재 공중화장실의 남성대 여성용 변기비율은 1.8 대 1이다.
화장실문화시민연대 표혜령 사무국장은 “최근 국내외에서는 여성들을 위해 에티켓벨까지 설치된 고급 화장실이 등장하고 있으나 대부분은 아직 화장실 안내표지와 휴지비치 등 기초적인 문제조차 해결되지 않은 상태”라며 시급히 고쳐야 할 사안이라고 지적했다.
<강수진기자·도쿄〓이영이기자>sjk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