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도시 출근전쟁/평촌-산본]"광화문 직행버스만 있어도"

  • 입력 2000년 7월 9일 19시 15분


평촌 신도시에서 서울 강남구 도곡동까지 출퇴근하는 박덕균씨(44·부흥동 관악마을 현대아파트). 또 끔찍한 ‘지옥철’에 시달려야 할 걸 생각하면 아침부터 짜증이 난다. 박씨는 오전 7시20분 집에서 나와 15분 동안 걸어 지하철 4호선 범계역에 닿는다. 사당역에서 2호선으로 갈아탄 뒤 선릉역에서 내려 10여분을 걸어가면 박씨가 건축 설비 감리를 맡고 있는 공사 현장이 나온다.

출근에 걸리는 시간은 1시간 20분. 그러나 상쾌해야 할 출근길은 사당역에서 다 잡쳐 버린다. 지하철 통로가 인파로 꽉 막혀 사람들에게 떼밀려 가야 한다. 3∼4분 간격으로 오는 2호선 전동차는 먼저 타려는 사람들로 아수라장이어서 3, 4차례 그냥 보낸 뒤에야 겨우 비집고 탈 수 있다. 직장에 도착하면 이미 와이셔츠가 땀으로 흠뻑 젖어 있고 맥이 풀려 한동안 일손이 잡히지 않는다.

“버스나 자가용은 엄두도 못내요. 비산사거리 E마트 앞에 직행버스가 있지만 서서 가야 하는 데다 강남대로에서 체증이 너무 심해요.”

서울 광화문이 직장인 산본 신도시 최정윤씨(37·회사원·동백마을 우성아파트)는 자가용을 이용해 출퇴근한다. 얼마 전까지 지하철 1호선을 이용했지만 회사에서 야근을 하게 됐기 때문. 자가용을 이용하면서 교통비로 월 30여만원이 더 들지만 어쩔 수 없다.

“심야 직행버스만 있어도 이렇게 고생은 하지 않을텐데 왜 산본과 평촌에는 서울 도심으로 가는 버스 노선이 없는지 답답합니다.”

안양 평촌(인구 16만명)과 군포 산본 신도시(16만명)에서 서울을 오가는 직행버스가 턱없이 부족하고 서울 도심인 광화문까지 가는 노선은 아예 없어 이 지역 주민들의 불편이 극에 이르고 있다.

이 곳에서 서울을 잇는 노선은 일반 버스를 제외하고 직행버스만 보면 잠실, 양재, 강남터미널, 소공동 신세계백화점까지 9개 노선에 146대가 전부. 그것도 불합리한 노선으로 상당수 버스들이 평촌시내를 샅샅이 훑고 지나 30분씩 시간을 허비해야 한다. 유일하게 서울 도심으로 가는 797번 좌석버스(의왕 고천∼소공동 신세계백화점)는 산본은 거치지도 않는데다 이미 평촌에 들어오면 만원이다. 분당과 일산에서 광화문을 오가는 광역 직행버스가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평촌과 산본에서 서울로 버스와 지하철을 번갈아 타면서 출퇴근하는 인구는 어림잡아 1일 5만8000여명. 안양과 군포시의 홈페이지에는 연일 서울 출퇴근 교통 불편을 호소하는 민원이 끊이지 않고 있다. 때문에안양시와 경기도는 여러 차례 서울시에 광역 직행버스 신설을 요구했지만 서울시는 교통체증을 이유로 이를 번번이 묵살했다.

경기도는 이 달 안에 다시 서울시에 산본(군포역)∼평촌∼광화문간 광역 직행버스 노선 신설 협의를 요청한 뒤 서울시가 여기에 동의하지 않으면 이번에는 건설교통부 여객자동차운송사업 조정위원회에 조정 신청할 계획이다. 서울시는 15일 이내에 결정하고 건교부 조정위 결정은 11월에 내려지게 된다. 경기도 이진호 교통과장은 “서울시가 도심 교통 체증을 이유로 광역 직행버스 노선 신설을 거부해 주민들의 불편이 계속되고 있다”면서 “광역 버스를 신설하면 자가용을 이용하는 주민들이 줄어 교통 소통에 오히려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평촌·산본〓남경현기자>bibul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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