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적인 예가 금융노조 파업에 대한 일련의 대응. 한나라당은 파업사태의 발단이 됐던 금융지주회사법안과 관련해 정부안 대신 노조의 손을 들어줬다. 금융지주회사법 자체는 통과시켜 주되 공적자금을 받은 은행에 대해서는 지주회사를 허용하지 않기로 한 것.
이 경우 한빛 조흥 외환은행은 지주회사 자격을 상실하기 때문에 노조가 반대하는 한빛 조흥 외환은행의 합병은 사실상 불가능해진다. 한나라당이 법 제정을 추진키로 한 관치금융청산특별법 또한 노조의 주장과 맥을 같이한다.
▼노조입장 대변 적극 나서▼
한나라당의 ‘친노조 행보’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이부영(李富榮)부총재 이상득(李相得)경제대책위원장 등은 8일 금융노조를 방문해 관치금융청산 등 5개 사항에 대해 노조측과 ‘공감’한 뒤 향후 국회에서 법 개정시 5개 사항을 적극 반영키로 약속했다.
이에 앞서 이달초 롯데호텔 노조 및 의료보험조합 파업에 대해 경찰이 투입되자 즉각 진상조사위(위원장 이부영, 간사 김문수)를 구성해 명동성당에서 농성중인 민주노총 단병호(段炳浩)위원장과 김경종 롯데호텔 노조부위원장 등을 만나기도 했다.
▼"反민주당 노동자 겨냥"▼
이회창(李會昌)총재는 이와 관련해 3일 총재단회의에서 “폭압적이고 가공할 만한 경찰 진압사태를 보고 분노를 금치 못했다. 투항한 노동자들에게 곤봉을 휘두르는 모습은 5·18광주민주화운동을 연상케 했다”며 경찰 투입을 강한 어조로 비판했다.
한나라당의 이 같은 행보에 대해서는 ‘친민주당’으로 분류됐던 노동자계층이 최근 일련의 사태로 인해 ‘반정부’로 돌아서고 있다는 판단 아래 지지계층을 넓히기 위한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순수한 정책적 판단일 뿐"▼
그러나 이총재의 한 측근은 “금융지주회사법안의 경우 순수한 정책적 판단에 따라 정부안의 문제점을 지적했을 뿐”이라며 “관치금융문제 또한 오래 전부터 당 차원에서 문제를 제기해 온 사안”이라고 말했다. 그는 “당이 롯데호텔 노조 강경 진압에 대해 진상조사에 나선 것도 약자에 대한 공권력 집행이 형평성을 잃은 점을 좌시할 수 없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공종식기자>k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