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씨에 대한 재판은 그해 2월 대법원 2부에 배당돼 4명의 대법원 판사(지금의 대법관)가 심리, 4월29일 판결을 내렸다. 재판장은 이번에 임명된 손지열(孫智烈)대법관의 부친인 손동욱(孫東頊)대법원 판사였고 방순원(方順元) 나항윤(羅恒潤) 유재방(劉載邦)대법원 판사가 배석을 맡았다.
이중 손판사와 나판사는 각각 76년과 97년에 세상을 떴고 86세인 방판사와 80세인 유판사는 아직 변호사로 활동중이다. 당시 주심은 유판사.
유변호사는 14일 “동아일보에 난 김씨 기사를 읽으면서도 내가 재판한 사건인 줄 몰랐다”고 말했다.
“당시에도 대법원은 기록을 통해 하급심 판결이 헌법에 위배되거나 법률적용이 잘못됐는지 여부만 살폈고 또 워낙 오래된 일이라 전혀 기억이 없다”고 말했다. “그때도 대법원에 일이 많았어요. 한 달에 형사사건 30건, 민사사건 30건의 판결문을 써야 했지요. 특이한 사건이긴 한데 미안하지만 그저 바빴다는 기억밖에는 없군요.”
그는 재판과정에 ‘외압’은 없었는지에 대한 질문에 “대법원에 전화를 하는 사람도, 찾아오는 사람도 없어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재판을 했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방변호사는 어렴풋이나마 김씨에 대한 재판을 기억하고 있었다.
“재판장과 주심이 써올린 연구보고서를 보면서 ‘국군이 베트남에 가서 민간인을 살해했다니 참 충격적인 일이다’는 생각을 한 기억이 납니다. 보통사건은 아니었지요.”
방변호사는 동아일보를 다시 한번 자세히 읽어보더니 “김씨가 주장하는 사연은 딱한 것 같지만 당시 기록에 그런 내용이 담겨있었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편 김씨의 상고심 변호사였던 석은만(石銀萬)변호사는 세상을 떴고 2심인 국방부 고등군법회의에서 변론했던 서건익(徐建翊·63)변호사는 기도원에 가있어 연락이 되지 않았다.
<신석호기자>kyl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