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교통사고, 법규위반 대처 요령 가이드’라는 책을 펴낸 경남 C경찰서 교통사고 조사계장 출신인 P씨(60)는 이 책에서 교통법규와 사고처리 방법을 알기 쉽게 소개하고 있으나 상당부분은 단속이나 사고현장에서 빠져나가는 요령으로 채웠다.
단속 현장에서는 경찰관의 이름을 외워 두었다가 ‘나도 경찰 가족인데 미안하게 됐다’고 하라거나 경찰서 간부의 이름을 대면서 친척관계라고 둘러댄 뒤 빠져나가라고 조언하고 있다.
교통사고를 냈을 때는 실제 운행한 차량의 속도를 크게 낮춰 진술하는 등 무조건 ‘오리발’을 내밀어야 낭패를 당하지 않는다고 훈수하고 있다. 도로변에 설치된 고정식 무인속도측정기를 ‘쥐틀’로, 이동식 무인속도측정기를 ‘올무’라고 지칭한 뒤 번호판의 일부 글자를 가리는 수법을 쓸 경우 단속을 피할 수 있다고 소개했다. 음주운전의 경우 화 금요일은 조심할 것과 오전 2∼7시 사이에 운전하되 편도 2차로는 피하라고 권하고 있다.
특히 이 책에는 ‘경찰과 뱀은 1년 내내 안 봐도 보고 싶지 않다더라’거나 경찰서 유치장을 ‘무궁화 호텔’, ‘수금하는 데 방해를 주지 말아야 한다’는 등 경찰 이미지를 깎아내리는 표현이 많아 현직 경찰관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이에 대해 P씨는 “차를 가진 모든 사람들이 편리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만든 책”이라고 말했다.
한편 경북의 한 경찰간부는 최근 음담패설이 많이 수록된 ‘웃고 삽시다’라는 제목의 책을 발간해 배포했다가 지역 여성계가 강력히 반발하자 회수하는 소동을 빚기도 했다.
<창원〓강정훈기자>manma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