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방문 北 이산가족 워커힐호텔에 머물 예정

  • 입력 2000년 7월 18일 19시 05분


“생이별 55년 만에 혈육의 정을 나누기 위해 찾아오는 손님들을 친부모님처럼 모시겠습니다.”

8월15∼18일 서울을 방문하는 북한 이산가족과 일행 150여명의 숙소로 결정된 광진구 광장동 쉐라톤워커힐호텔은 벌써부터 행사준비에 분주하다.

이 호텔은 1984년 남북적십자회담 이후 최근 평양교예단 방문까지 남한을 찾는 북한 손님들의 단골 숙박지. 도심에서 떨어져 있고 호텔진입로가 한정돼 있어 보안 및 경호에 편리하기 때문에 북한 손님맞이에 자주 활용되고 있다. 85년 이산가족 상봉 때 북한측 고향방문단이 묵었던 곳도 워커힐이었다.

준비팀의 선정규(宣政圭)판매팀장은 “북한 손님맞이에는 베테랑이라고 자부하지만 사상 첫 남북정상회담 이후 성사된 이산가족상봉이라는 중요성 때문에 더욱 긴장된다”고 말했다.

워커힐측은 북측 일행 150여명을 포함해 취재진 등 600여명이 몰릴 것으로 예상하고 모두 623개 객실 중 250실을 마련했다. 1박 요금이 21만원인 8평 규모의 일반 객실이지만 귀빈이 있으면 하룻밤에 250만원인 최고급 객실도 내놓을 예정이다. 이미 객실과 식음료팀 총무팀 등을 중심으로 이산가족 상봉준비팀을 꾸렸고 직원 900여명 중 절반 정도가 이들을 맞는 데 온힘을 기울이게 된다.

특히 북측 가족들이 먹을 메뉴개발을 위해 매일 과장급 이상 회의를 열고 있다. 식음료팀 관계자는 “식단은 한식으로 짤 예정이지만 노인들이 많은 만큼 부드럽고 소화가 잘되는 음식으로 세심하게 배려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예전 북한의 농구팀이나 평양교예단을 위해서는 한식뷔페를 준비했었지만 아무래도 가족식사에는 맞지 않을 것이라며 고심하기도.

선팀장은 “북측 인사들의 태도도 많이 달라져 예전에는 객실 물건에 손도 대지 않았으나 최근 평양교예단 단원들은 미니바에서 음료를 꺼내 즐기기도 했다”며 “종업원들도 북한 손님들과 헤어질 때쯤 되면 정이 깊이 들어 눈물을 흘리기도 한다”고 전했다.

워커힐측은 이번 남쪽 이산가족을 만난 북쪽 가족들이 함께 투숙을 요구할 경우에 대비해서도 관계당국과 협의해 결정할 예정이다. 한편 북측 이산가족의 숙소와 별개로 전국에서 서울로 올라올 남쪽 가족들이 묵을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파크텔 역시 행사준비에 분주하다.

이 호텔 전병호(全炳昊)예약과장은 “이미 객실예약이 많이 진행돼 예약손님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8월 14∼18일 100여개의 방을 확보해뒀다”며 “분단 반세기만에 가족을 만나러 서울에 온 남쪽 가족들이 편안히 묵을 수 있도록 직원들은 휴가도 반납한 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진경기자>kjk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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