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철씨(67·서울 종로구 창신동)는 21일 오후 여름방학을 맞은 손자 2명(10세와 12세)과 함께 미국에 있는 친지에게 가기 위해 김포공항 국제선 2청사를 찾았다가 낭패를 보았다. 북적대는 공항에서 탑승수속을 밟는 사이 손자들이 옆에 없다는 사실을 알았다.
손자들의 이름을 부르며 공항 인파 속을 30여분 동안 헤맨 그는 스낵코너 앞에서 눈물을 흘리며 할아버지를 애타게 찾고 있는 손자들을 겨우 만날 수 있었다. 그는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이처럼 여행객들이 많지 않았다”며 “공항에 들어오는 순간 바짝 정신을 차려야 할 것같다”며 입국장으로 총총히 걸음을 옮겼다.
올 여름 휴가철을 맞아 해외여행객이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김포공항이 연일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
법무부 김포출입국관리사무소 관계자는 “이런 추세라면 7, 8월 두 달 동안 출입국자수가 외환위기 직전인 97년의 290만명을 넘는 사상 최고치를 기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날 국제선 2청사 대합실도 무질서가 극에 이른 느낌이었다. 2층 출국 대합실은 해외연수를 떠나는 초등학생들과 가족단위의 여행객들이 뒤엉켰고, 1층 입국 대합실은 여행객과 마중나온 사람들이 출구를 가로막거나 짐수레를 통로 한가운데에 방치해 놓아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또 출구 근처에는 단체손님을 기다리는 여행사 직원 20여명이 피켓을 들고 도열해 입국자들을 막고 있었다. 그러나 이같은 무질서를 정리하는 경찰이나 공항관리공단 직원 등은 거의 눈에 띄지 않았다.
또한 공항 내의 스낵코너와 음식점 등은 음식값을 시중보다 높게 받아 이용객들의 불만을 사고 있다.
2청사의 1층 스낵코너는 일반 슈퍼마켓이나 버스터미널 등에서 500원에 사먹을 수 있는 도넛을 1100원이나 받고 있었다.
또 치즈버거는 2500원, 햄버거 2200원으로 서울역이나 강남고속버스터미널의 1700∼1900원보다 훨씬 비쌌다.
같은 청사 4층 간이식당에서는 “여기요, 주문 좀 받으세요”라고 손짓을 하고 목청을 높여도 한참 기다려야 주문할 수 있을 정도로 손님들에게 불친절했다.
택시 이용도 마찬가지. 서울 양천, 강서, 마포, 구로구 등 공항에서 가까운 지역으로 가는 이용객들은 택시를 탈 때 기사의 눈치를 보아야 한다.
최철웅씨(45·서울 강서구 신월3동)는 “출장에서 돌아와 김포공항에서 택시를 탈 때마다 집이 공항에서 가깝다는 이유로 스트레스를 받는다”며 “요금을 배로 주어야 겨우 탈 수 있다”고 말했다.
<박정규기자>jangkung@donga.com